이런 생각을 해봤다. 주택경기 침체로 삶의 의욕마저 상실해가는 수많은 하우스 푸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뭘까에 대해서 말이다.
여러가지 내용을 나열할 수 있지만 먼저 경관좋은 한강변 헌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층수는 수요자들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면서 건축비 부담을 고려한다면 40~60층이 알맞을 것 같다.100층이 넘으면 건축비가 엄청 커질 뿐 아니라 너무 높아 거주공간으로서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아스라한 한강의 모습과 아름다운 서울 야경 등의 환상적인 전경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질 게다.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할 것이고, 따라서 집값도 많이 오를 게 분명하다.
침체기에 한강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오히려 효과
왜 이런 말을 꺼내느냐 하면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정책을 분석하면서 이런 측면도 고려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다.
서울시는 최근 서초구 신반포1차 재건축 계획안을 당초 최고 49층에서 35층으로 수정했다. 오세훈 시장 시절 61층 재건축 계획도 제시됐었던 곳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로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건설 계획은 죄다 수정이 불가피해졌다.초고층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서울시 재건축 규제로 채산성이 안맞아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러나 신반포1차 아파트 조합은 서울시 수정안을 받아들여 사업을 추진할 모양이다.이는 층수를 낮춰도 채산성이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사업성이 없다면 주민들이 재건축을 찬성할리 만무하다.
"재건축 조합측이 서울시의 수정안을 수용한다고 하는데 층수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의가 뭐냐?"
기자가 한강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딱 알맞는 주장이다.하지만 기자는 한강변에 살지 않는다.그 좋다는 강남 소재 아파트도 아니다.
이유는 이렇다.
서울시가 도시경관을 위해 신반포 재건축 계획안의 층수를 낮췄다고 하는데 그것이 수정 요인이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35층짜리 아파트로 짓느다고 도시경관이 좋아지지 않는다.잠실 재건축 단지들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갈 게다.비슷한 높이를 콘크리트 메스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볼썽 사납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오히려 층수를 높이면서 각 건물마다 높낮이를 조절해 조화롭게 스카이라인을 맞추고 건물과 건물간의 간격을 넓혀 여기다가 나무를 심었다면 단지가 훨씬 부드러워졌을 게 분명하다.
자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층수를 높여주면 개발이익이 더 늘어나 재건축 조합원만 재미를 보게 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초고층 허용에 따른 개발이익 일반 청약자에게도 분배
자 여기서 초고층 개발 허용으로 인한 과다한 개발이익은 이렇게 해결하면 어떨까.
개발에 따른 수익을 다 집 주인들에게 돌려주지 말고 일반 청약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방안이다.조합원에게는 35층 재건축 때 생기는 이익만큼만 계산해 주고 나머지는 공공공지 확보나 일반 분양분 분양가를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살짝 낮게 하여 당첨되면 조금이라도 이익이 생기게 해 준다.여기다가 쾌적한 주거단지 조성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진다.
물론 전제되어야 할 사안은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망가지지 않도록 건물 배치를 기막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초고층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도록 수많은 시뮬레이션 실험을 거쳐 가장 적합안 작품을 채택해야 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좀 싸면서 단지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면 이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올게 뻔하다.
투기 조장이라는 비판도 예상할 수 있지만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볼 때 이것 저것 따질 게재가 못된다.이런 저런 이유로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멀지 않아 그 자리에서 얼어 죽을지 모른다.극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 때는 이미 늦다.동사를 해버리면 백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차라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기세력과 적당히 타협할 필요가 있다.개발이익을 특정 지주에게 몽땅 주지 않고 여러계층이 나눠갖게 하면 도곡ㆍ잠실ㆍ반포 등과 같은 5층짜리 헌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허용해 생긴 부작용 같은 것은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투기판의 돈은 카지노 투전판과 달리 유통되는 속도가 빨라 일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장롱속에 감춰뒀던 돈도 슬금슬금 시장으로 나올 게고, 이런 분위기로 분양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면 기존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거래도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 사람아, 지금 집값 올리기 수작을 부리자는 얘기냐"
이런 비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그래도 앉아서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주택거래가 안돼 중산층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소비시장이 더욱 얼어붙게 되면 우리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들지 모른다.
일본 교훈 되새길 필요 있어
일본의 교훈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은 내수기반이 무너져 `잃어버린 20년`이란 좋지 않은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토요타ㆍ쏘니 등 수많은 세계 1등 기업을 갖고 있던 일본으로서는 수출로 떼 돈을 벌어 들였지만 국내 소비시장이 얼어붙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는가.
내수기반이 흔들리면 일자리가 없어져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된다. 취직이 안돼 수익이 없으니 소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내수기업은 경영난에 봉착해 신규 고용은 커녕 오히려 일 잘하고 있는 멀쩡한 사람까지 내 보내야 하는 구조로 바뀐게 된다.
일본의 경우 수출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는 경제대국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부동산 때문에 알거지됐다는 소리 많이 듣지 않는가. 분명한 얘기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도 거품이 많으니 완전 붕괴될 때까지 기다려 한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오히려 더 큰 화를 입게 되므로 좀 과할 정도의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 중의 하나를 말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귀로에 서 있다.두가지의 의견에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어 딱히 어느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집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져 한다고 할 게고,내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더 추락하면 하우스 푸어의 슬픈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까.두가지의 의견을 적절히 배합한 솔로몬의 지혜가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비빔밥 정책으로는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형국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어설푼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왜곡을 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말 어려운 판단인지 모른다.기자 생각은 일단 주택거래 시장의 숨통을 터 놓고 이로인해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한 처방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