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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남뉴타운에 왜 붉은 깃발이

서광 공인중개사 2013. 5. 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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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남뉴타운에 왜 붉은 깃발이

 

 

 


한남뉴타운 지역에 눈에 띄는 붉은 깃발. 깃발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사 표현이다.

재개발 반대 표시로 내걸어…찬성-반대 주민의견 팽팽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외국인 친구가 이태원 가게와 주택에 걸어놓은 붉은 깃발을 궁금해 하길래 그냥 점집이라고 말했어요.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의사표시지만 그렇게 말하기 좀 곤란하더라고요."(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주민 조모씨)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 이태원에 붉은 깃발이 즐비하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붉은 깃발이 눈에 띈다. 길거리에서 영어와 프랑스어 등 외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이곳 골목 카페와 옷가게를 지나다니면서도 붉은 깃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용산구청이나 좀 더 높은 곳에서는 한눈에 펄럭이는 깃발을 볼 수 있다.

◆재개발 찬성-반대 주민의견 '팽팽'= 이곳에 즐비한 깃발의 정체는 '재개발 반대'의 표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 점집이에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다 이내 "지난겨울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깃발을 꽂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대는 한남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정식명칭은 한남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1~5개 구역이다. 이 중 이태원역과 가깝고 카페와 옷가게 등이 밀집한 한남1구역에 붉은 깃발이 특히 많다. 찬반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는 증거다.

단독주택 1채를 소유, 4살 많은 남편과 한남1구역에 거주 중이라는 임모(78)씨는 "개발에 반대해서 붉은 깃발을 꽂았다"며 "주택 일부를 월세 놓고 매달 200만원가량의 수익으로 노후를 버티고 있는데 재개발돼서 아파트 한 채만 받으면 살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나이가 많아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역시 주택 1채를 갖고 있으면서 인근 옷가게를 운영 중인 주민 박모(50)씨는 이와달리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동네가 너무 낙후됐고 유흥지역이란 단점이 있다"면서 "추가분담금을 내고라도 깔끔한 동네로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개발 찬성과 반대파가 팽팽하고 맞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 침체ㆍ용산사업 무산'에 힘빠져= 당초 주민들은 대부분 개발에 찬성했다. 붉은 깃발을 꽂은 반대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이들의 의사도 변했다.

O공인 대표는 "아파트값이 장기간 하락하며 개발 의지가 꺾였다"면서 "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사업 해제하겠다고 한 뒤로 반대자들이 확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남1구역은 2010년 4월 용산구청이 들어오면서 골목 상권이 살아났고 인근 외국인 임대 수요도 많아서 주민들의 개발 반대가 특히 심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도로변 전용면적 80~100㎡의 주택들의 경우 월 임대료가200만~700만원이다.

2006~2007년께 활발했던 거래는 뚝 끊긴 상태다. O공인 대표는 "거래는커녕 문의전화도 없다"면서 "용산개발사업이 살아야 용산공원도 생기고 한남뉴타운도 살아나는데 용산사업이 무산되는 바람에 더 침체된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태원동 단독ㆍ다가구주택의 지난 1분기 거래는 9건으로 3년 전인 2010년 1분기 24건보다 62.5% 줄었다.

한남2구역조합 대의원이라는 한 주민은 "한남1구역은 조합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나머지 한남2ㆍ3ㆍ5구역은 실시계획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고 한남4구역은 조합 구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미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