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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씨마른' 전세 vs '남아도는' 월세

서광 공인중개사 2013. 8.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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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씨마른' 전세 vs '남아도는' 월세

 

 

 

 


서울시내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DB>>

다세대·다가구로 전세난 확산…월세 거래는 한산

전세 10∼20%↑…월세는 10만∼20만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아예 없어요, 없어. 나오기 무섭게 빠지고 있다니까. 다가구·연립 전세 몸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요."(서울 금호동 월드공인중개업소 대표)

"집주인들은 전세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월세도 그에 맞춰 오를 걸로 기대하죠. 하지만 실상은 월세 물건은 가격을 낮춰 내놓아도 잘 안 나가는 게 현실입니다."(목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전셋값이 날로 치솟고 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이제 다가구·연립 등 서민 주거지까지 위협하며 전방위로 퍼져 나가는 모양새다.

반면 월세의 경우 일부 인기 지역 아파트를 제외하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매물이 남아도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낮은 시중 금리 때문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커진 탓에 공급은 확 늘었으나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시내 중개업소들을 찾아보니 주택시장의 이런 기류는 확연했다.

도심과 비교적 가까워 신혼부부 등 젊은 맞벌이 부부가 선호하는 성동구 금호동의 월드중개업소.

이 업소 관계자는 "올해 봄에 4억3천만원이던 금호자이 33평형대 전세의 경우 3천만∼4천만원이나 올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매물로 나왔던 물건도 회수되는 사례가 많다. 나가려던 세입자들이 다른 곳에서 전세를 구하기 워낙 어려워 눌러앉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다세대·다가구주택 전세도 물건이 귀하다 보니 매물로 나오자마자 바로 빠진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다세대·다가구 전세 역시 오르고 있다. 2년 전보다 약 10∼20% 뛰었지만 아파트 전세의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내놓기 무섭게 속속 계약이 이뤄진다.

그는 상대적으로 다세대·다가구 월세는 매물이 있는 편이지만 세입자들이 선호하지 않아 이래저래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 단지가 공존하는 잠실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잠실의 J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는 현재 나와있는 물건이 전혀 없다"며 "대기자가 열 명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잠실 리센츠와 잠실 엘스는 작년에 견줘 가격이 1억 이상 껑충 올랐지만 나오기 무섭게 채 간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잠실 리센츠 33평형대 전세는 지난달 최고 6억5천만원에 거래돼 1년 새 무려 1억2천만원이 올랐다.

인근 강동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일동 대지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를 끼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전세 물량은 '제로'"라며 "전셋값이 이미 작년보다 10∼20% 오른 상황이지만 시세보다 비싼 값을 치르는 게 아니라면 몇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 전세를 찾는 데 지친 사람들에게 인근 빌라나 다세대 전세를 소개해주고 있다"는 그는 "과거에는 비교적 안정됐던 빌라·다세대 전세가격도 함께 올라 서민층은 새로 전세 자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의 전방위 고공행진과는 반대로 월세 시장은 일부 인기 지역의 아파트를 제외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잠실, 도심과 비교적 가깝고 대단지가 밀집해 있어 수요의 기복이 없는 성동구 등 경우에는 자취를 감춘 전세 대신 월세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잠실의 JS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워낙 귀하다 보니 반전세도 나오자마자 나간다. 보증금 5천만원에 월 220만∼230만원으로 책정된 같은 평형 아파트 월세도 빠르게 주인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호동 월드중개업소 대표 역시 "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하기는 쉽지만 월세아파트 역시 요즘은 매물로 나온 직후 주인을 만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학원 수요 등으로 전통적인 인기 주거지인 목동, 중계동을 비롯해 일산, 파주, 분당 등 대다수 대단지 아파트 지역은 공급이 늘어난 탓에 월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목동 J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5단지 20평형대 아파트 월세를 주인의 희망보다 20만원 낮춰 내놓았다"면서 "월세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가격에 메리트가 없으면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하계동 H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주인들이 월세 가격을 일단 보합으로 맞춰 내놓은 뒤 세입자와 조정을 거쳐 5만∼20만원 가량 깎아주거나 보증금이라도 낮춰주는 게 요즘 추세"라며 "주인이 원래 가격을 고집하는 바람에 공실로 있는 월세 아파트도 상당히 늘었다"고 전했다.

역(逆)월세난은 다세대·다가구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원룸, 투룸 등 소형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 논현동, 송파구 삼전동 등은 월세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집주인들이 부지기수.

논현동의 W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월세는 물량이 많이 나와있는데다 시중 금리도 낮아지고 있어 그에 맞게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하더라도 1억5천만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집주인이 통상 1천만원당 10만원으로 이자를 계산해 보증금 5천만원에 월 100만원을 월세로 받았다면, 지금은 떨어진 시중 금리에 비례해 월세도 최소 10만∼20만원 낮추는 추세다.

그는 "논현동이나 역삼동의 보증금 1천만원, 월 100만원짜리 오피스텔이나 빌라의 경우 보증금을 깎아주거나 월세를 시세보다 단돈 5만원이라도 낮추지 않으면 쉽사리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삼전동의 I공인중개사도 소형 다세대·다가구 주택 월세의 경우 세입자를 구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 공인중개사 대표는 "위치가 나쁘지 않고, 시세에 맞게 내놓으면 바로바로 나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인을 찾기까지 몇 달씩 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