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방식 ‘지분제’서 ‘도급제’로 전환…요즘 대세?
코리아리포스트 2013-09-12
[코리아리포스트=박재필/정훈 기자] 재건축 사업 방식의 무게중심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뀌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 단지 중 ‘알짜배기’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와 경기 과천에서 시작된 이 같은 ‘바람’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부동산 호시절 땐 개발이익 커 너도 나도 ‘지분제’
고덕주공6단지 高무상지분율이 지분제 확산 불러
과천주공7-1·과천주공2단지서 ‘미풍’으로 변해
이른바 ‘지분제’ 혹은 ‘도급제’는 사업시행계획(서) 상에 명시되는 사업 방식이 아니다. 이는 재건축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해당 사업의 책임 비중을 시공자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일종의 계약 방식이다.
흔히 ‘지분제’는 ‘확정(고정)지분제’라 불린다. 시공자가 조합(원)의 지분율과 부담금을 사업 초기에 확정하기 때문이다. 시공자는 책임 시공이란 명분으로 계약 체결 시 조합원의 권리가액을 확정한다. 이 방식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시공자가 책임지는 만큼 개발 이익도 시공자에 귀속된다.
반면, ‘도급제’는 조합이 직접 사업을 주관한다. 시공자는 말 그대로 ‘시공’만 한다.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분양’ 책임도 조합이 떠안기 때문에 사업의 손익 또한 조합의 몫으로 남는다.
두 방식은 모두 장단이 있다. 하지만 ‘지분제’ 방식은 그 맹점에도 불구하고 건설 회사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조합이 사업 책임을 시공자에 넘기는 대신 사업 초기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을 확정 받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세’였다.
특히 ‘지분제’ 방식에서 등장하는 ‘무상지분율 몇 평(1평=3.3㎡)’이란 문구는 조합(원)으로서는 ‘꿀단지’와 다름없는 것이었다. ‘무상지분율’은 간단히 말해 조합원이 추가부담금 없이 분양 받을 수 있는 새 아파트의 면적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무상지분율이 150%라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택 면적이 30평인 조합원은 추가 비용 없이 45평짜리 새 아파트의 주인이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이익인 조합(원)은 이를 높이려고, 낮을수록 이득인 시공자는 이를 낮추려고 협상하는 게 업계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더욱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원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도 ‘도급제’보다는 ‘지분제’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분제’로 계약하는 사업장은 점점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분제’ 확산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0년 5월 열린 이곳 시공자선정총회에서 두산건설이 H건설-P건설 컨소시엄, D건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공권을 획득한 것. 두산건설이 고덕주공6단지의 시공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파격적인 무상지분율(174%)이란 게 당시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무상지분율 174%’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고덕주공2단지는 시공자선정총회가 무산됐다.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시공권 수주가 유력시됐던 A건설-B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무상지분율이 고덕주공6단지의 그것과 비교되면서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더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라”며 반발했던 것.
강동구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당시 건설 회사들을 상대로 ‘무상지분율 최소 160% 이상’이란 조건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무상지분율이 시공자 선택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건축=지분제’란 공식이 성립된 것도 이 무렵이다. 인근 고덕주공5단지와 고덕주공7단지도 ‘무상지분율’ 바람에 편승해 ‘지분제’ 방식으로 시공자를 뽑았다.
고덕주공5단지는 2010년 7월 3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평균 무상지분율 161%를 제시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시공권을 놓고 경쟁을 펼쳤던 H건설과 S건설의 무상지분율은 각각 149.9%와 160.2%였다.
이보다 앞선 6월 27일에는 고덕7단지가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맞이했다. 롯데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무상지분율은 163%로, 수주 경쟁을 벌였던 P건설의 그것(156%)보다 높았다.
고덕주공3단지는 ‘도급제’였던 기존 사업 방식을 아예 ‘지분제’로 바꿨다. 그해 10월 임시 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한 것이다.
고덕주공6단지에서 불기 시작한 ‘지분제’ 바람은 인근 지역으로까지 번져 나갔다. 유망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으면서 시공자 미선정 상태였던 경기도 과천시가 주요 무대가 됐다.
포문은 과천주공6단지가 열었다. 2012년 4월 열린 과천주공6단지 시공자선정총회에서 GS건설이 D건설을 제치고 이곳의 시공권을 획득했다.
이곳의 승부 역시 무상지분율에서 갈렸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GS건설의 150.01%가 D건설의 149.40%보다 조합원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과천주공6단지에서 확인된 무상지분율의 힘은 과천주공1단지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같은 해 6월 이곳 시공권을 따낸 포스코건설의 승리 요인도 무상지분율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130.09% 이상’을, 경쟁을 벌였던 A건설-B건설 컨소시엄은 125%를 제시했다.
무상지분율을 앞세운 ‘지분제’ 기류는 과천주공7-1단지와 과천주공2단지까지 이어졌다.
지난 6월 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자선정총회에서 무상지분율 123.74%를 내건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낙점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과천주공2단지가 SK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곳의 경우 두 회사가 제시한 조건은 ‘평균 일반분양가 1930만 원/3.3㎡과 평균 조합원분양가 1737만 원/3.3㎡일 땐 무상지분율 111.54%, 평균 일반분양가 2230만 원/3.3㎡과 평균 조합원분양가 2007만 원/3.3㎡인 경우엔 무상지분율 122.24%’이다.
경기 침체로 미분양 리스크 커지자 ‘도급제’로 리턴?!
고덕주공2단지, 도급제 전환 후 단번에 시공자 선정
과천주공7-2단지-고덕주공3단지도 ‘동참’… 다음은?
그런데 이때쯤 ‘대세’처럼 여겨졌던 ‘지분제’의 아성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업계 한편에서 흘러나왔다. 과천주공7-1단지와 과천주공2단지의 무상지분율이 앞서 시공자를 선정한 과천주공1단지와 과천주공6단지에 비해 낮은 점과 오랫동안 시공자를 뽑지 못했던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가 사업 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꾸는 ‘강수’를 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지난 3월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3차 입찰 공고를 내면서 사업 방식을 ‘확정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꿨다. 조합이 그동안 고수해 오던 ‘확정지분제’ 방식을 포기한 데에는 더 이상 시공자를 뽑지 못한 채 허송세월할 경우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뒤바뀐 부동산 경기도 고덕주공2단지의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미분양 리스크가 거의 없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요지에 위치해 있는 기존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100%’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던 시기였던 만큼 ‘지분제’ 방식은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조합원, 시공자인 건설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지분제’ 방식은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에게는 사업시행에 필요한 주요 업무를 시공자에 위탁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했고, 조합원에게는 확정된 권리가액만큼 추가 부담 없이 새집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또 건설 회사에게는 조합(원)에 보장해 주느라 감수했던 경제적 부담을 일반분양 수익으로 상쇄하거나 그보다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노다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 일반분양이 성공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건축 시장도 불황 여파에서 비켜나지 못했고, 이에 미분양 리스크가 커졌다. 건설 회사 처지에서는 ‘지분제’ 방식을 통해 높은 무상지분율을 보장했을 때 분양수익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현저히 떨어진 것. 결국, ‘지분제’를 떠받들고 있던 ‘조합-조합원-건설 회사’ 삼각 축 가운데 건설 회사가 가장 먼저 손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가장 먼저 포착된 곳이 고덕주공2단지이다. 이곳 재건축조합은 지난 7월 6일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하고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2차례 ‘유찰’ 사태를 겪은 후 3번째 입찰 때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바꾼 다음에서야 일군 결과였다.
이 당시 업계에는 “고덕주공2단지가 사업 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꾸지 않았다면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기타 재건축 단지에서도 사업 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거나 ‘도급제’로 결정하는 사업장이 늘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예상이 ‘현실’이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지난 8월 7일 과천주공7-2단지 재건축조합이 대의원회의를 열고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결정한 것.
이에 대해 과천주공7-2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분제를 선택한 인근 재건축 사업장이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도급제’를 사업 방식으로 결정하게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정한 과천주공7-2단지의 노력과 미분양 리스크 우려를 덜게 된 건설 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과천주공7-2단지의 시공권 수주 경쟁은 대형 건설 회사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8월 19일 개최된 과천주공7-2단지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이하 현설)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건설 ▲호반건설 등 7곳이 참가했다.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 건설 회사들이 대거 현설에 참가하면서 사업시행자인 과천주공7-2단지 재건축조합은 물론 업계의 눈과 귀도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곳 입찰에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총회에서 최종 선정이 이뤄져야 확실해지겠지만 일단 과천주공7-2단지 재건축조합이 내세운 ‘건설 회사 2곳 이상 응찰’ 조건이 성립돼 입찰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재건축 사업 방식에서 ‘도급제’가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 했다.
특히 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흐르고 있어 긴강감이 흐르고 있다.
이미 ‘도급제’가 ‘대세’로 굳어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된 진원지는 공교롭게도 ‘지분제’ 열풍의 근원지 고덕지구였다. 고덕주공2단지에 이어 고덕주공3단지도 사업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8월 31일 ‘2013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 제2호 안건으로 상정된 ‘사업 방식 재변경 및 시공자 가계약서 확인의 건’은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1584명 중 1469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됐다.
고덕주공3단지의 사업 방식 변경이 고덕주공2단지 못지않게 눈에 띄는 이유는 이곳이 본래 ‘도급제’였던 방식을 ‘지분제’로 바꿨다가 다시 ‘도급제’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고덕주공3단지는 앞서 언급했듯이 2010년 10월 임시 총회에서 사업 방식을 ‘도급제’에서 ‘확정지분제’로 변경했다. 고덕주공6단지에서 시작된 ‘지분제 바람’에 발 빠르게 편승했던 셈이다.
게다가 당시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시공자였던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에 높은 무상지분율 확정을 요구했고, 급기야 2011년 9월 정기총회에서 양사가 각각 제출한 사업 제안서를 상정한 뒤 현대건설을 단일 시공자로 변경키로 의결했던 것.
하지만 이후 이곳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시공자 변경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은 데다 현대건설 측에서도 단독 시공이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근 고덕주공2단지의 연이은 시공자 선정 실패 ▲서울시 공공관리제도 전면 시행 이후 씨가 마르다시피 한 시공자 선정과 그로 인해 활력을 잃은 정비사업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미분양 위험 증가 등도 고덕주공3단지가 지분제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윤근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지난달 31일 총회장에서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정비사업에서의 ‘갑’과 ‘을’이 바뀌었다”며 “과거엔 시공자가 조합의 눈치를 살폈는데 이제는 조합이 시공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조합장은 이어 “2년 전 대다수 조합원들이 ‘지분제’ 방식으로 사업 시행을 의결해 이를 시공자와의 계약에 명시코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황이 바뀌어 어렵게 됐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는 2003년 시공자와 체결한 가계약에 따라 ‘도급제’ 방식으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 서 사업 방식 변경의 건(제2호 안건)을 상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덕주공3단지가 2년 전 ‘지분제’로 바꿨던 사업 방식을 다시 ‘도급제’로 되돌려 사업을 시행키로 한 데에는 ‘지분제’에 부담을 느낀 시공자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7월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에 공문을 보내 “2011년 귀 조합에서 결정한 ‘지분제’ 방식의 사업 추진은 사업 진행 상 여러 어려움이 있으니 2003년 체결한 도급 가계약에 의거, 신속하고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귀 조합의 현명한 판단을 고대 한다”고 밝혔다.
‘지분제 광풍’에 사업 지지부진 ‘도급제’가 활로 될까?
업계, “도급제 ‘만능열쇠’ 아냐… 조합이 중심 잡아야”
유행에 휘둘리면 2010년 이후 ‘잃어버린 3년’ 되풀이
업계 한편에서는 ‘지분제 열병’이 퍼지기 시작했던 2010년 5월부터 고덕주공2단지가 우여곡절 끝에 시공자를 선정한 지난 7월 초까지의 기간을 ‘잃어버린 3년’이라 부른다.
고덕지구 내 재건축 단지들을 필두로 해 너도나도 ‘지분제’를 선택했던 이 시기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제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채 표류했던 어두운 시절이었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제’니 ‘도급제’니 하는 사업 방식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뒤바뀌는 ‘유행’과도 같다”면서 “2010년 5월 고덕주공6단지에서 비롯된 ‘지분제 광풍’이 3년 가까이 업계를 휘젓고 다녔지만 고덕주공2단지가 ‘도급제’로 그 바람을 어느 정도 잠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행에 휘둘리면 언제든지 ‘잃어버린 3년’이 되풀이될 수 있으므로 정비사업 이해관계인 모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잃어버린 3년’에 대한 반성은 ▲지분제의 달콤한 ‘유혹(높은 무상지분율의 보장)’에 빠져 사업시행자인 조합을 압박했던 조합원과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렸던 조합 및 시공자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시공자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높은 무상지분율을 보장해 준다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분제’ 방식을 수용했다가 경기 불황기에는 손바닥 뒤집듯 돌변해 ‘도급제’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조합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법적인 책임은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르나 ‘도의적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제’를 선택한 고덕지구 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 지난 3년 가까이 사업이 제대로 굴러간 곳이 몇 개나 되는가”라고 되묻곤 “높은 무상지분율을 보장하라며 떼를 썼던 조합(원)들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결국 이윤의 향배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설 회사들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만큼 그들의 태도 돌변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오랫동안 업계 ‘갑’으로 군림해 온 시공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사업을 쥐락펴락할 수 없도록 ‘잃어버린 3년’이 주는 교훈을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악습을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적한 시공자의 대표 악습은 ▲가계약 체결 후 본계약 체결까지의 의도적인 사업 지연 ▲비전문가인 조합이 쉽게 알 수 없도록 계약서에 ‘독소조항’을 넣는 행위 ▲시공자의 요구를 조합이 이행치 않을 때 공사 중단 등을 통해 이를 관철시키는 행태 등이다.
이러한 악습들은 사업 방식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지만 ‘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대신 조합원의 권리가액을 조기에 확정·보장해 주는 방식에서조차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이를 조합(원)에 전가하는 행위가 만연했던 셈.
실제로 과거 수원 K재건축 구역에서는 시공자가 공사 지연 등을 이유로 이를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를 거절하자 공사 중단으로 맞섰다. 부천 Y재건축 구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이곳에서는 시공자가 공사비 인상을 이유로 가구당 수천만 원의 추가부담금을 요구했는데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역시 공사를 중단했다. 그렇게 표류하던 사업은 조합이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바꾼 뒤에 간신히 정상화했다.
하지만 ‘지분제’ 방식에 문제가 많고,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 회사들이 ‘도급제’ 방식을 선호한다고 해서 일선 조합들이 선뜻 ‘도급제’를 사업 방식으로 결정 혹은 변경하는 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3년 전 불었던 ‘지분제 열풍’처럼 이제 또다시 ‘도급제’가 대세가 돼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울러 유행에 휘둘리기보다는 개별 사업장에 맞는 사업 방식을 결정한 뒤 이를 고수하되 외부 환경이 변할 경우엔 세부적인 부분에서 협력업체들과 협의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지분제’가 그러했듯이 ‘도급제’ 역시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도급제’ 방식을 선택한 재건축 단지도 시공자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관건은 사업성이지 사업 방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이미 3차례 유찰 사태를 겪은 동작구 상도대림아파트와 노원구 태릉현대아파트 등은 사업 방식이 도급제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급제’가 유행처럼 번지려는 조짐이 보이는데, 이는 역시 시공자를 선정키 위한 조합의 몸부림”이라면서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처럼 ‘지분제’를 택해 시공자를 선정하려는 사업장이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은 개별 사업장의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머리를 맞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사업 방식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단 최적의 사업 방식을 결정하면 그 방식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모두에게 득이 되는 길”이라면서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사업 방식이란) ‘축’은 유지한 채 세부 사항들을 협력업체들과 협의해 조정해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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