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는 ‘판도라의 상자’?
코리아리포스트 2013-09-12
- 최조웅 시의원 “‘고무줄’ 기준·절차가 갈등 심화” 비판
[코리아리포스트=정훈 기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에피메테우스의 저택에 있는 항아리 안에는 인간에게 해로운 온갖 것들이 봉인돼 있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의 아내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고, 그 안에 있던 해악이 밖으로 빠져나와 인간은 그때부터 그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오늘날 ‘판도라의 상자’라 불리는 이야기의 원형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이 같은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최조웅 의원(민주당)은 지난달(8월) 30일 ‘(서울시) 뉴타운 실태조사, 절차기준 있으나 마나’라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최 의원은 이를 통해 “실태조사로 인해 찬반 주민 간 반목이 고조되고 있다”며 (조사의) 절차와 기준이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해 구역별 형평에 맞지 않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의원은 찬반 비율 미충족에 따른 재투표가 주민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태조사를 통해 토지등소유자의 50% 이상이 찬성하면 사업을 추진하고, 30% 이상이 반대하면 뉴타운을 해제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찬성이 50% 미만이거나 반대가 30% 미만이면 재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재투표 전까지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데도 서울시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또 반대 서명 서류 확인 및 보완 기간이 구역별로 상이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반대 서명과 관련해 접수한 서류의 확인 기간이 구역별로 제각각인 데다 이를 보완할 기준도 없어 주민 갈등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종로구 충신6구역은 그 기간이 2일로, 38개 구역 평균 23.4일에 비해 턱없이 짧았다. 송파구 거여3구역과 마천5구역 등은 접수일이 금요일 오후였음에도, 그 결과가 월요일에 발표돼 사실상 하루 만에 검토가 끝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서대문구 모 구역의 경우 92일이나 소요됐다.
38개 구역 중 7곳은 서류 보완이 이뤄졌는데, 그 기간도 구역별로 ‘천차만별’이었다. 4일에 불과했던 충신6구역과 달리 구로1구역은 20일이나 걸렸다. 특히 거여3·마천5구역의 경우, 주민들이 일주일의 기간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요 기간은 하루에 불과했다.
실태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함에 있어서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태조사 비용은 크게 용역비와 부대비로 나뉜다. 특히 시가 동일 기준을 하달했다고 밝힌 ‘부대비’가 자치구별로 판이하게 집행된 것으로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 의원 측 자료에 따르면, 구별로 1㎡당 많게는 16배가량 차이가 났다. 구역별로는 2.4원/㎡을 쓴 강서구 방화4구역과 2872원/㎡을 쓴 관악구 신림동 110의 격차가 1200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최조웅 의원은 “현재까지 103억 원이나 지출된 실태조사 비용은 그 집행이 투명해야 하나 서울시 주택정책실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며 “서류 검토와 보완 기간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도 부족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실태조사의 문제는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248회 임시회) 개회사에서도 지적할 만큼 심각한 만큼 관련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주민의 뜻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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