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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르는 책상머리 行政… 집주인들 반발에 '유턴'

서광 공인중개사 2014. 3. 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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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르는 책상머리 行政… 집주인들 반발에 '유턴'

 

 

 

 

 


현오석(가운데) 경제부총리가 5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택 임대차 대책 보완 조치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 실행 과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현종 기자

[정부 경제팀, 月貰 대책 1주일 만에 뒤집어… 작년 8월 세제개편案 파동과 판박이]

집주인들 "도둑놈 취급" 반발, "세입자가 稅 내라" 각서 요구

정부는 稅收 벌충에 욕심… 시장의 밑바닥 정서 잘 몰라

보완대책으로 稅 완화됐지만 국회서 또 한번 바뀔 가능성

시장 생리를 모르는 '아마추어 정책'이 다시 시장의 역풍을 맞고 번복됐다. 정부는 5일 임대 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일주일 만에 수정, 영세한 집주인에게 2년간 과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과세 정책을 시장과 교감 없이 책상머리에서만 만들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작년 8월 월급생활자의 소득세가 늘어나는 구간을 늘렸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사흘 만에 번복한 세제개편안 파동의 판박이다.

◇일주일 만에 백기

지난주 정부가 월세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장에서는 강한 거부반응이 나왔다. 특히 별다른 소득 없이 월세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은퇴자나 노년층이 분노했다.

월세 90만원에 의존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서울 구로구의 홍모(66)씨는 "안 내던 세금을 갑자기 내라고 하니 세금 도둑 취급을 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집주인들 사이에서 월세를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해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한은행 황재규 세무사는 "앞으로 낼 세금도 부담이지만 이제까지 안 내오던 세금을 한꺼번에 추징당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해 세금이 추가될 경우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각서를 받는 사례도 등장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기획재정부는 청와대와 협의해 지난주 말부터 부랴부랴 보완 대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일주일 만에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해 집을 두 채 이하로 갖고 있으면서 연간 임대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생계형 집주인들에 대해서는 과세를 2년 유예했다.


또 소득 노출을 꺼린 집주인들이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3억원을 초과하는 전세금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안을 추가로 내놨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시장 반응을 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세종시에 있으면서 청와대·시장과 격리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임대차 시장 활성화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한꺼번에 쫓다가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임대 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은 과세를 양성화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월세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것은 세수(稅收)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서민층에 대해 소득 보전을 해주는 측면이 있다. 서로 어긋날 수 있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임대 소득에 과세해 세원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정책을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끼워 넣는 결과가 되면서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며 "집주인과 세입자를 배려하기보다는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로 세수를 벌충해보자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및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생리에 어두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기재부가 세종시에 있다 보니 청와대와 소통에 제약이 있고 부동산 시장과도 격리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산하 연구기관이 먼저 검토안을 발표하게 해서 여론을 살폈어야 했다"며 "덜 익은 음식을 내놓은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안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의견 수렴 없이 공무원들끼리만 머리를 맞댔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에서 바꾸면 세번 발표하는 꼴

2년간 유예 기간이 끝나면 임대 시장의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정된 정부의 발표가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정기국회에서 국회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시 고쳐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국회가 재조정하면 국민으로서는 월세 관련 세금 제도가 세 차례나 바뀌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진석 기자 / 선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