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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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피부양자 자격도 상실해 앞으로 자녀가 연말정산시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 김씨는 "세금에 건보료 등까지 합치면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라는 거냐"며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집을 팔까 고민"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방침으로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이 사회보장비용 폭탄을 맞게 됐다. 2주택 이하,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집주인이라도 필요경비를 제외한 임대소득이 500만원을 넘으면 매달 세금과 맞먹는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데다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물어야 해서다.
전문가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회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의 조세저항이 커짐은 물론 줄어든 임대소득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부동산 및 세무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3·5 집주인대책'에 따라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인 2주택 은퇴자는 분리과세가 적용돼 연 56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사회보험료다. 세법상 필요경비를 제외한 임대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면 사회보험료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실례로 김씨처럼 은퇴자의 2주택 공시가격(재산세 과표)이 총 6억원이고 5년된 2500cc 이하 승용차를 소유한 경우 건보료만 연간 328만4760원(월 27만3730원·장기요양보험료 포함)을 내야 한다.
토지나 건물, 고급승용차 등이 있다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60세가 넘지 않았다면 국민연금으로 연 106만9200원(월 8만9100원)도 내야 한다. 40만원 정도의 세금도 부담이 되지만 사회보험료로 400만원 훨씬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폭탄'을 떠안는 셈이다.
게다가 김씨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자녀는 연말정산시 1인당 150만원의 인적공제도 받을 수 없게 돼 이래저래 드는 비용이 늘어난다. 필요경비를 제외한 5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는 건강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임대소득자는 사업등록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함에 따라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3·5 보완조치'(집주인대책)를 통해 그동안 45%로 적용된 필요경비율을 60%로 높여주기로 했다. 필요경비는 과세대상 소득에서 공제되는 금액이다.
공제금액을 늘려 임대소득자의 과세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다. 이들 조건을 적용하면 건보료 부과 기준은 연 1250만원이다. 1250만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한 경우 필요경비를 제외한 소득금액은 500만원이다.
임대소득 1250만원을 기준으로 건보료 부담이 크게 차이나면서 집주인은 가격조정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백원일 세무사는 "그동안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은 임대소득자가 지역가입자로 등록하면 평균 25만원 정도의 건보료가 발생할 것"이라며 "임대료가 1250만원 넘는 임대소득자는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금을 낮추거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건보료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땜질식 처방이 임대소득자의 조세저항과 세입자로의 조세부담 전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임대소득자의 조세방법을 면밀히 살피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조세저항은 물론 늘어난 사회보험료를 세입자에게 전가해서 월세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