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출구전략 2년…
'후속 대책' 역부족, 낡은 집만 쌓여간다
한국경제 2014-06-22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방치되는 노후 주택지역
집주인 "저리자금 지원한다지만 어차피 빚"
주택 개·보수 신청 '0'…슬럼화 우려 고조
< 누가 고치나 … >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풀린 뒤 관리 주체가 사라진 노후 주택지역이 늘어나면서 슬럼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 7월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서울 성동구 금호동 4가 1221 일대 단독·다가구 주택 모습.
서울 은평구 역촌동 73의 23 일대(3만5708㎡)는 2012년 8월 재건축 정비구역에서 풀린 뒤 지난해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555가구가 사는 이곳은 서울시로부터 가로등 설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거환경관리사업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주민들로부터 주택 개보수를 위한 저리의 자금 융자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주거환경 개선의 핵심인 주택 개보수 신청은 아직 한 건도 없다. 이곳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황창민 씨는 “서울시 지원금도 어차피 빚이고 수천만원을 들여 집을 고쳐도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데 누가 집을 고치겠느냐”며 “낡아도 그냥 내버려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리주체 없는 노후 주택지역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정비사업 구역에서 해제하는 내용의 이른바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본격 추진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기존 정비사업 지정구역(606개) 중 32% 이상이 관리 주체 없는 ‘방치 상태’로 돌아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불황을 맞으면서 재개발 등의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사업지역 내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진 곳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사업 대안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 적용 지역조차 노후 주택을 개선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마포구 연남동이나 북가좌동 등 시범구역(7곳)에선 마을회관 건립 등 공공 지원 공사가 대부분 끝났지만 주민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주택 개량·신축 실적은 거의 없다.
200여가구가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 1027 일대(4만780㎡)도 주택 개보수 신청건수는 ‘제로(0)’다. 973가구가 거주하는 동작구 상도동 259의 40 일대도 주택 개보수를 원하는 주민은 없다.
마포구는 지난해 성산2동을 주거환경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주민 설문조사를 했다. 그러나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주민동의율(50%)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신축이 이뤄지는 경우도 대부분 임대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다가구, 다세대 등 소형 원룸형 건물 일색이라는 게 서울시내 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공부문 참여 모델 필요”
서울시는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 주민들에게 연 1.5~2% 금리로 단독·다세대 개보수에 4000만~4500만원, 신축(단독주택)은 최대 9000만원까지 빌려주고 있다. 주민 관심은 낮다. 한 구청의 주거환경관리사업 담당자는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서울시에 보고했는데 사업추진 명단엔 여전히 후보지로 올라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재개발·재건축 해제지역의 주택 개선을 주민 의사에만 맡겨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낡은 집들을 제때 보수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소형 원룸이 잇따라 들어서면 장기적으로 지역 자체가 슬럼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근 다른 개발지역과 주거환경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 연구소장은 “공공 부문이 밑그림을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제 지역을 살 만한 동네로 정비해야 한다”며 “주택 개보수는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융자가 아니라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성태 서울시 주거환경과장은 “융자 제도와 주택 개량 상담 창구를 만들었지만 예상보다 주민들의 호응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집수리 기술자들을 네트워크화하는 등 시민들이 보다 쉽게 주택을 고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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