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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방배 등 재개발 '흔적남기기' 추진… 유산인가 흉물인가
아시아경제 2018.07.05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지 101곳을 대상으로 '역사유산(흔적) 남기기'를 추진한다. 전면철거식 개발로부터 지역 내 유·무형의 역사·생활문화 유산을 지켜내겠다는 의도다. 앞서 서울시는 잠실주공5, 개포주공4 등에 1개동을 남기도록 한 정비안을 요구한 상태로 공동주택 재건축 외 재개발 사업장으로도 이를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흔적 남기기 프로젝트가 검토될 101곳은 재개발 구역이 대부분이다. 주거지만 개발하는 아파트 재건축 대신 기반시설까지 대거 손봐야하는 광범위식 정비사업장을 선택해 구역 내 역사유산을 모두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토 지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않은 정비구역 101곳이 대상이다. 최소 조합 설립 단계를 넘어서 정비사업 추진이 확정된 곳으로 관리처분인가 이후 사업장은 정비안 수정, 주민 동의 등의 과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대상지에는 노량진 2ㆍ4ㆍ5ㆍ6ㆍ7ㆍ8구역, 상계1ㆍ2ㆍ4ㆍ5구역, 수색1ㆍ2ㆍ7ㆍ8ㆍ12ㆍ13구역, 신림2ㆍ3구역 등이 포함됐다. 10여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을 추진 중인 곳들로 관리처분인가 이전의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강남 대치동 구마을, 서초 방배 13ㆍ14구역, 송파 마천4구역, 송파 문정 136 등 강남권 사업장도 눈에 띈다. 용산구 한남4ㆍ5구역, 성수전략구역, 세운4구역과 같이 서울시가 집중 관리 중인 정비사업장도 대거 포함됐다. 강북권 한강변 요지로 주목받는 한남뉴타운은 '흔적 남기기'의 심층조사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비업계에서는 서울 문화 유산인 남산과 한강에 둘러싸인 탓에 흔적 남기기가 적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지 중 사업 면적이 가장 큰 성수전략1과 인접한 성수전략4 구역에도 조사가 이뤄진다. 19만4398㎡ 부지의 성수전략1(1구역)은 최근 1~2년새 3.3㎡당 지분값이 1억원을 넘어선 곳이다. 이외 단독주택 재건축과 시장정비사업장도 포함됐다. 마포구 공덕1구역, 강서구 등촌1구역, 중랑구 면목4구역, 방배 13ㆍ14ㆍ16구역 등으로 1971년 준공돼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신노량진시장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는 검토지 101곳 중 20곳은 심층조사지역으로 따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사전 조사를 마친 뒤에는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흔적남기기 활용 방안이 적용된다. 대상지역의 주요문화재, 근현대건축자산, 조경요소, 멸실·매장문화재 등 자원을 따로 관리하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골목길 보전이나 해당 지역의 문화원 기록 등도 조사 대상에 넣기로 했다.
하지만 미래유산으로 남길 골목길이나 주택 등이 첨단 시설을 갖춘 뉴타운 단지의 전체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전락할 수 있는데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흔적 남기기'가 확정된 사업장 내 주민들의 불만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승인을 받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발한다.
특히 서울시가 보존을 요구하는 건축물 대부분이 재산적 가치가 큰 황금 입지로 꼽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일반인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문화유산이 아닌 1970~1980년대 지어진 서양 콘크리트 아파트라는 점에서 반발이 더 크다. 노후된 성냥갑식 아파트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실태조사에 들어간 공동주택 재건축 외 재개발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좁은 골목길을 그대로 남겨둘 경우 이를 감안한 정비안 변경으로 사업성이 악화되고 주민들의 불만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허가권 등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흔적 남기기를 권고ㆍ유도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기조지만 앞서 주거동을 남기기로 한 재건축 사업장은 모두 정비단계 인허가 조건으로 흔적 남기기를 받아들였다. 이는 재개발 사업장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가 문화 유산을 남기기 위해 개인 사유 재산을 침범하고 있지만 인허가권과 인센티브를 미끼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의 역사와 장소성 등을 보존하기 위한 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과거의 서울시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즉 대규모 철거 정비 사업을 하더라도 '장소'만은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흔적을 남기겠다는 게 요지다.
정비업계에서는 흔적 남기기를 유도ㆍ권고하겠다는 서울시 입장과 달리 사실상 인허가 심의 조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와 개포주공4단지 역시 흔적 남기기를 적용한 이후에 정비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사업성 저하와 재산권 침해 등의 첨예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인센티브 도입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허용 용적률에 대한 인센티브와 흔적남기기 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남겨지는 시설은 향후 용적률 산정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외 '흔적 남기기 시설'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 등 관련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면 철거형 정비방식을 중심으로 탄생한 정비사업장은 도시변화 과정에서 지역과 단절되고 획일화된 공간으로 남게 된다"며 "마을이 지닌 고유의 역사성, 장소성을 보전하기 위한 활용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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