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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불패' 넘어 '서울 불패'
조선비즈 2018.08.11
강남 부동산 가격은 절대 폭락하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를 넘어, 최근엔 ‘서울 불패’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까지 쏟아지는 판국이지만 서울 집값 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경. /조선일보DB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분위기에 따라 호가가 높아지면 실거래가도 오르며 시장이 과열된다. 반대로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걱정이 커지면 거래가 줄고 시장이 침체된다. 전문가들은 2015년부터 오르는 서울 집값은 이런 심리적인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까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로 집을 사는 터라 집값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종의 자기실현적 기대가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하는 부동산소비심리지수를 보면 집값에 대해 수요자가 어떤 믿음을 갖는지 알 수 있다.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는 8·2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당시에도 123.3에 이른다. 전달인 7월(156.2)과 비교하면 30포인트 넘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과 거래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수요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답한 응답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말 130선을 회복했고, 올해 1월에는 150까지 올랐다.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과 비슷한 수치다. 올해 5월과 6월에도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1~128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울산(81.9), 경북(82) 등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수요자들의 이런 믿음을 지탱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첫 번째는 늘 시장에서 언급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서울 주택 공급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당분간 사라진 데 반해 서울에 살기 원하는 수요는 꾸준해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집값이 자연스레 오를 것이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에 큰 영향이 없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억지로 수요를 눌러봤자 공급량에 큰 변화가 없으니 집값에도 타격이 없을 것이란 사람들의 믿음이 이어지는 셈. 게다가 연이은 정부의 규제로 수요자들이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용산·여의도 개발 같은 대형 개발소식이 들리니 서울 집값은 굳건할 것이란 믿음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강북권도 웬만한 택지개발지구 못지않게 새 아파트촌(村)이 들어서면서 점점 강남권과 강북권의 생활환경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강북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된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돈의문1구역을 재개발했고, 과거 낙후지로 평가받던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등은 새 아파트가 지어지며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됐다.
업무지역과 가까운 왕십리뉴타운, 북아현뉴타운, 흑석뉴타운 집값은 날개를 달았다. 서울 웬만한 지역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만큼 수도권이나 지방과 비교해 주거환경이 월등히 좋아지고 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인의 부동산심리’라는 책에서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인구, 구매력, 수급 등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심리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 폭등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순전히 심리의 문제”라고 썼다.
그는 “기초체력(펀더멘탈)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집단이 한쪽을 예상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집단 기대심리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화된 아파트가 많고 기관투자자가 주택시장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비(非) 펀더멘탈적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성장기에 도심 위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특정 지역은 ‘불패’라는 신화가 각인됐다”며 “또 정부 규제가 정권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것을 겪은 수요자들이 많아진 데다, 최근 다주택자 규제와 세제 강화 속에서도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사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 집값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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