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재개발 재건축 '슈퍼 甲' 된 조합
서울경제 2019.10.27
"업무협조 안된다" 시공사 바꾸고
컨소시엄 금지에 입찰금 몰수까지
규제에 물량 줄자 건설사에 횡포
갈현1·한남3구역 등 갈등 잇따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13 재개발구역. 이곳은 중견 건설사인 라인건설이 시공을 맡아 827가구 규모의 ‘이지더원(EG the 1)’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주가 80%가량 진행돼 철거를 앞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합은 지난 11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 교체를 전격 결정했다. 사업비 대여 등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일감이 줄면서 ‘1군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자 브랜드 갈아타기를 시도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 현장에서 조합들의 파워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각종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크게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의 일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칼자루를 쥔 조합의 힘이 더욱 커진 탓이다. 정비업계 고위 관계자는 “조합이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한다”며 “정비사업 일감이 줄면서 조합이 ‘슈퍼 갑’이 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 몰수까지···입찰보증금 논란 =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6일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어 지난 11일 마감된 시공사 입찰 결과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고 시공사 선정공고를 다시 내기로 의결했다. 이날 조합은 상정한 △현대건설 입찰 무효 △현대건설 입찰보증금 몰수 △현대건설 입찰 참가 제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재공고 등 4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시공사 수주에 뛰어든 현대건설의 입찰제안서 내용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 입찰 무효 외에 입찰보증금 몰수도 논란이다. 조합 측 주장대로 하면 현대건설은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들 돌려 받지 못한다. 사실 입찰보증금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이 없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이 앞다퉈 수주 전에 뛰어들자 조합들이 입찰보증금을 대폭 올리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조합은 정한 조건을 어기면 이를 몰수하겠다는 조항까지 넣는 등 ‘횡포’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국토부에 입찰보증금 기준에 대한 신속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 컨소시엄 금지, 갈등 커지는 현장 = 조합 파워가 세지면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도 한 예다.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1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경쟁사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이 표결 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하며 법원에 도급계약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자 조합은 대우건설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기로 한 것이다. 소송이 걸려있는 건에 대해 조합이 재입찰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조합의 파워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한남3구역에서는 조합이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하지 않고 단독 입찰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입찰 참여 건설사들에게 압박을 가해 결국 뜻을 이뤄냈다. 한남 3구역은 상징성 못지 않게 리스크가 큰 곳이다. 독이 든 성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계획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곳에서는 조합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할 업체들에게 25억원의 보증금을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사업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조합의 요구까지 다 들어주다 보면 적자 위기에 몰릴 상황이다. 하지만 수주 목표를 채워야 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동영·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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