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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현 이익에 세금폭탄… 1주택자들 "이러려고 집값 올려놨나"

서광 공인중개사 2019. 12. 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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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현 이익에 세금폭탄…

1주택자들 "이러려고 집값 올려놨나"





조선일보 | 2019.12.23


[12·16 부동산대책 후폭풍]

강남 아파트 보유세 1000만원… 집 팔려면 차익 42% 양도세 내야
다주택자들은 전월세 올려 세금 충당, 세입자가 부담 떠안을 우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산 70대 이모씨는 지난해 430만원이던 아파트 보유세가 올해 620만원으로 40% 넘게 올랐다. 그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배(倍) 이상(55만원→126만원) 뛰었다. 정부의 고가 주택 중과세(重課稅) 정책이 걱정돼 세무사에게 문의하니 내년 보유세는 9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연금 말고 소득이 없고, 집값이 올랐을 뿐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보유세를 1000만원까지 올리는 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 상향,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등 보유세 추가 인상을 예고하자 고가(高價) 1주택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다(多)주택자도 아니고 투기꾼도 아닌데 집값이 올랐다고 실제 소득이 발생한 것처럼 보유세를 매기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세금 많이 매기려고 정부가 일부러 서울 집값을 급등시켰냐"는 조롱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보유세가 부담되면 집을 팔면 된다"는 반론도 있지만, 1주택자라도 최대 42%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되는 데다, 다주택자는 세율(최대 62%)이 높고 공제 혜택도 거의 없어 사실상 퇴로가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폭탄에 분노하는 1주택자

부동산 시장에서 1주택자는 실수요자로 통한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세율이 낮고 공제 제도도 많다. 하지만 최근 집값 급등과 정부의 가파른 세금 인상 정책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보유세 부담을 짊어지는 1주택자가 늘고 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모의 계산(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자이(전용면적 84㎡), 아크로리버파크(84㎡),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114㎡) 등 고가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내년부터 보유세를 1000만원 넘게 내야 한다. 강남 3구 인기 아파트를 두 채 가진 2주택자 보유세가 5000만원을 넘는 것에 비해 적어 보이지만, 보통 직장인이나 은퇴한 노년층의 소득으로 감당하기 벅차다.

종부세는 인(人)별 과세여서 부부 공동 명의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간 6억원까지만 증여세가 면제돼 고가 주택은 공동 명의를 활용하기 어렵다. 또 단독 명의일 때 제공되는 장기 보유·고령자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은퇴 세대에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부모 부양 등으로 2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투기 세력보다 실수요자에 가깝지만, 법적으로는 다주택자이므로 종부세가 중과(重課)되고, 1년에 보유세가 최대 3배(1주택자 1.5배)까지 늘어난다.

◇세입자 피해 우려…거래세 낮춰야

더 큰 문제는 세금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세금 내기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추가로 요구하는 식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 전셋값이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새 아파트 입주 감소와 1주택자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셋집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전셋값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나 고가 1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다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5억원 이상 매매 차익을 거두고 집을 팔면 세율 52~62%가 적용된다. 또 이와 별도로 세금의 10%를 지방세로 내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가 있지만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반포자이 84㎡를 2009년 11월 11억2900만원에 사서 조만간 27억원에 매각하는 2주택자의 경우, 양도차익의 절반이 넘는 8억5824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1주택자에게도 양도세는 부담된다. 2년 이상 보유 및 실거주하면 비과세되지만 9억원 이하 주택만 해당된다. 10년 이상 장기간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80%가 비과세되지만 2021년부터는 '10년 이상 거주' 요건이 추가돼 자가 주택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택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보유세를 올리면 세금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되고 집값도 오르기 쉽다"며 "거래세를 낮춰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성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