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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분양가에 혹해 가입했다가 `눈물`…"지역주택조합 조심하세요"

서광 공인중개사 2020. 4.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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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분양가에 혹해 가입했다가

`눈물`…"지역주택조합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 2020.04.21


"사업 장기화나 사업 무산으로 정신적ㆍ금전적 피해를 당할 수 있으므로 지역주택조합 가입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광진구청이 지난 3월 `광진구 지역주택조합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의 한 구절이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관련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게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광진구에서는 현재 광진 벨라듀 등 6곳(모집 신고 기준)에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모두 18곳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진행 중인 동작구도 지난해 3월 홈페이지에 `지역주택조합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입하세요!`라는 안내문을 올린 뒤 관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문을 배포했다.

은평구ㆍ관악구 등 서울의 다른 자치구들도 홈페이지에 비슷한 내용의 지역주택조합 주의보를 발령 중이다.

서울 자치구들이 지역주택조합과의 일전에 나섰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의 허위ㆍ과장 광고, 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들의 금전적 피해가 줄을 이으면서다.

추가 분담금,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도

서울의 일선 구청들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피해 유형은 크게 3가지다. 우선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허위ㆍ과장 광고다. 구청들은 서울에서 추진하고 있는 적지 않은 지역주택조합들이 불확실한 사업계획과 사업비 등을 바탕으로 임의로 동ㆍ호수를 지정하고 분양가를 확정해 광고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통상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동ㆍ호수와 분양가는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사업계획 승인과 분양 승인을 받아야 비로소 확정되는 사항이다.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는 절대로 동ㆍ호수를 확정해 지정해줄 수 없고, 분양가 또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분양가의 경우 토지 매입이나 건축 설계, 공사비 등 추가 비용 발생 여지가 많아 향후 추진 과정에서 분담금 증가로 조합원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청에서 지난해 11월 홈페이지에 올린 지역주택조합 가입 주의보.


일례로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사업 장기화와 일반분양 실패로 추가 분담금이 기존 분양가보도 3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조합원이 200여명이나 발생했다. 결국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파산했고, 그로 인한 막대한 금전적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 돌아갔다. 
 
사업 장기 표류에 따른 피해 사례도 부지기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사업부지 매입 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부지 매입 관련 대출금을 만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해 조합이 유명무실해졌다. 여기에다 조합장의 횡령 등 불투명한 조합 운영으로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양대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로 인해 조합원의 가정 불화, 신용 불량 등과 피해가 줄을 이었다.

애초에 사업이 불가능한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해 물의를 일으킨 지역주택조합도 있다. 같은 사업지에 조합 중복 설립이 불가능한 데도 이미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이 있는 부지에서 조합원을 모집한 경우다. 토지 매입 자체가 불가능한 국공유지나 재개발사업구역 등에서조합원을 모집하다가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조합도 적지 않다.

부지 확보 안된 상태에서 사업 진행해 불안정

이처럼 서울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 관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규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2017년부터 개정된 주택법을 시행 중이다. 개정 주택법에 따르면 조합원 모집은 지자체에 신고한 후 공개적으로 해야 하고, 조합원 탈퇴와 회비 환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거세게 일고 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서 추진 중인 한 지역주택조합 현장에 나붙은 지역주택조합 추진 반대 플래카드.


하지만 문제는 이런 법령이 부실 지역주택조합에 따른 피해를 다소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경우 업무 대행사가 조합원으로부터 사업 추진비(업무 대행비)와 계약금 등만을 받은 뒤 아직 사업 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렴한 분양가 만을 내세워 조합원을 모집하는 불완전한 형태의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무 대행사는 형식적으로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조합원으로부터 모집한 돈으로 사업 부지를 확보해 정식으로 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토지 확보나 조합원 모집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분양가 역시 조합이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크게 늘어나기 일쑤다.

일선 지자체에선 지역주택조합 가입은 개인과 개인의 계약이기 때문에 구청이 직접 개입해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광진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이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 부지를 매입해 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조합원이 져야 한다"며 지역주택조합 가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등에서 추진 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 간략한 제보 내용과 연락처를 적어 메일(kim.youngtae@joongang.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김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