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news/재개발 & 재건축

공공재개발·신통기획 묶으니… ‘역세권시프트’ 투기 몰린다

서광 공인중개사 2022. 4. 12. 17:53

 

공공재개발·신통기획 묶으니...‘역세권시프트’ 투기 몰린다

 

 

 

 

파이낸셜뉴스 | 2022.04.10

 

서울 원효로1가 등 재개발 구역
권리산정기준일 지정 적용 안돼
신축빌라 지분쪼개기 등 횡행
임대주택 공급 사업 취지 훼손

공공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 정부가 각종 재개발 추진시 투기 방지를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조합원 인정 기준일)을 후보지 공모일로 지정한 가운데 역세권시프트(공공장기임대)만이 이 요건을 적용받지 않아 투기장이 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등 역세권시프트 추진 구역마다 입주권을 노린 지분쪼개기 목적의 신축빌라가 난립하고 있어 정작 임대주택 확대 공급의 사업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권리산정일 규제 피한 투기세력 몰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원효로1가 남영-효창공원앞 역세권시프트 재개발 구역에 신축빌라 지분 쪼개기 등 투기 움직임이 횡행하고 있다.

이 구역은 공공재개발 1차 공모에서 탈락한 뒤 역세권시프트재개발로 선회했다. 절반이 넘는 주민 동의를 얻어 지난해 4월 용산구청에 정비계획안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같은 해 10월 정비구역 지정신청서를 접수했고, 지난해 12월 10일 용산구청은 행위제한을 고시했다.

역세권시프트 재개발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공급 정책 중 하나로, 지하철역 반경 350~500m를 고밀개발하는 사업이다. 2007년 처음 도입돼 역세권 주택 정비사업 용적률을 최대 500%로 완화해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장기전세주택(시프트)로 공급한다.

문제는 지난해 3월 원효로1가 남영-효창공원앞 역세권시프트 재개발을 위해 주민 동의서 징구를 시작한 뒤 투기 세력이 몰려든 것이다. 이 구역은 원 소유주는 1160가구였지만, 현재 신축 빌라가 350가구나 늘어났다.

원효료1가 남영-효창공원앞 역세권 도시정비형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인근 청파동이나 원효로2가 및 3가 등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국토부의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하는 지역들의 권리산정일이 지정되며 투기세력이 모두 역세권시프트 재개발 구역으로 몰려들었다"며 "토지등소유주가 25% 가량이 늘어나면 일반 분양분 감소와 조합원 추가부담금 증가를 계산했을 때 원 소유주들의 피해 추산액이 7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역세권시프트는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을 기부채납해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요하는 사업인 만큼, 소유주가 늘어나면 임대주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총 3363가구(조합·일반분양 1917가구, 임대주택 1446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지만, 토지등소유자가 늘어나 임대주택은 300가구 넘게 줄어들게 됐다.

■ 지분쪼개기 횡행.. 임대 공급 차질

원효로1가 이외에도 현재 서울에는 용답동, 신길역세권 등에서 역세권시프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 역시 권리산정일이 지정되지 않아 투자를 권하는 중개업소가 많았다.

실제 성동구 용답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재개발 지역 대다수가 현금청산 이슈가 있는 권리산정기준일이 지정되며,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은 적고 개발 가능성은 높은 역세권시프트를 선호한다"며 "더욱이 이 지역은 역세권이 보장되는 입지에 권리산정기준일이 지정되지 않았고, 아직 프리미엄도 붙지 않아 더욱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원효로1가 주민들은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서울시에 권리산정기준일 소급지정을 요청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는 '투기억제 및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구역 지정 전이라도 서울시 소관사항으로 권리산정기준일을 조기에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서울시는 '신축분양 건축주의 반대가 있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시프트는 공모를 거치는 다른 재개발 사업과 달리 주민 제안으로 진행돼 지구지정이 됨과 동시에 권리산정기준일이 지정된다"며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구청에서 역세권시프트 정비계획안이 접수되면 되도록 빨리 행위제한 고시를 진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