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한남4구역 '삼성·현대' 사활 건 '수주전'
출처 머니투데이 2024.12.11
시공사 제안 비교해보니 분야별 유불리 혼재
현대건설 "가구수 줄였지만 중대형 늘려"
삼성물산 "공사비 더 많지만 비용상쇄 가능"
득실 따지는 조합원…가장 큰 관심은 한강조망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에 2331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열린 제11차 건축위원회에서 '한남4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심의를 통과시켰다. 경의중앙선 서빙고역과 한남역 사이에 위치한 한남4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용산구 보광동)은 51개동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로 공동주택 2331세대(공공 350세대, 분양 1981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의 모습. 2024.5.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 한강 일대 최대 정비사업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한남 4구역을 두고 국내 건설사 '빅2'의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15년 만에 수주 경쟁을 펼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 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한남동 재개발 수주는 해당 사업 자체뿐 아니라 앞으로 예정된 압구정3구역 정비사업의 전초전으로 여겨져 두 건설사 모두 수주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다음 주 한남4구역 조합원을 대상으로 최종 제안서를 공개한다. 이후 다음 달 3일 합동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은 같은 달 18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공사를 맡을 건설사를 결정한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공공 350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940만원 수준으로 총 예정 공사비는 1조5723억원에 달한다.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조합 측에 연이어 입찰 조건을 제시했다. 두 회사 모두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안부터 대출·분담금 등 금융지원까지 파격적인 조건들을 잇달아 내놨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정비사업 조건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공사비 증액과 공사기간 연장 등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오히려 조합측의 제시한 것보다 적은 공사비를 책정하고, 공사기간 책임준공 등을 내걸면서다.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한남4구역)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비를 1조4855억원으로 제시했다. 당초 조합이 제시한 금액보다 800억원 이상 낮춘 가격이다. 조합원당 부담금은 약 7200만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공사비는 1조5695억원이다. 이 역시 조합안보다 적은 액수다.
두 회사 모두 조합원 대상 이주비·분담금 등 금융지원책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대출금액에서, 현대건설은 금리 면에서 조합원에게 각각 유리해 보인다. 삼성물산은 분담금 최대 4년 유예와 이주비 최저 12억원을 보장한다. 보통 분담금 납부는 입주 시점에 100% 이뤄지지만, 삼성물산은 입주 후 2년이나 4년이 되는 시점까지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조합원 이주비는 기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의 3배 수준인 150%를 적용하고, 가구당 12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다. 자산평가액이 4억원인 조합원은 LTV 150%를 적용해 6억원의 이주비를 받을 수 있는데, 삼성물산은 여기에 6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총 12억원이 되도록 맞출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초저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한다고 제안했다. 가산금리를 0.1%p(포인트)로 적용, 시중금리가 3%인 경우에 3.1%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산금리 0.78%p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사지연·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건설사들이 지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49개월 책임준공을 확약했다. 시한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까지도 모두 대물변제한다. 해당 대물변제 기준은 일반분양가로 설정했다. 삼성물산은 공사지체 일수마다 총 계약금의 0.1%를 보상하기로 했다. 공사비 지급 조건으로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을 내세웠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우선으로 받는 '기성불'과는 달리, 조합이 분양을 통해 수입이 생기면 공사비를 받아 가는 조건이다.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두 회사의 경쟁구도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사업 수주권을 양보할 수 없는 것은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과 상징성이 크기도 하지만, 수주 이후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공권을 따낸 건설사가 압구정3구역 등 이후 대규모 정비사업에서 유리할 수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강 변 한남, 반포, 성수, 압구정은 사업성뿐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특히 이번 한남4구역을 확보해야 이후 압구정3구역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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