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원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하 ‘용산개발사업’)이 59억 원의 이자를 갚지 못한 시행사 드림허브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용산 개발이 부도가 난다는 소식을 접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용산 쇼크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가 재개발을 해달라고 했었나. 주민들한테 제대로 의견도 묻지 않고선 자기들끼리 한강르네상스니 단군 이후 최대 사업이니 해놓고선 6년 동안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민)
“현재 시세라고 할 게 없다. 지난 몇 년 간 거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닫은 부동산이 부지기수다.”(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A공인 관계자)
단군 이후 최대 개발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용산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진 지 1주일이 흘렀다. 용산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PFV, 이하 ‘드림허브’)는 3월 13일 오전 9시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00억 원에 대한 이자 59억 원을 내지 못해 디폴트에 처했다고 3월 13일에 밝혔다.
지난 3월 20일 용산 개발이 좌초 위기에 놓인 가운데 서부이촌동을 찾은 기자는 동네마다 용산개발사업 최대 주주인 코레일을 비롯해 드림허브, 한강르네상스를 주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맹비난하는 플래카드와 마을 전체를 뒤덮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옷깃을 추슬러야 했다.
주민들은 용산개발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됨에 따라 보상을 받을 길이 막히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었고 이 같은 ‘디폴트 쇼크’는 용산 전체로 확산되는 듯 인근의 부동산 시장 또한 연일 하락 일로를 걷고 있었다.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등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56만6000㎡ 부지에 31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 111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쇼핑몰·호텔·백화점·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조성하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출범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21조 원, 서울시의 한 해 예산이 약 20조 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업의 몸집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초 이 사업은 용산차량기지만 개발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주도한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과 연계되면서 서부이촌동의 사유지가 사업 대상지에 편입됐다.
이때부터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삶이 꼬이기 시작했다. 2007년에 서부이촌동의 대림아파트·성원아파트·동원베네스트아파트·중산아파트·시범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약 22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이 지역이 통합 개발지로 편입되면서 6년간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당시 ‘입주권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서부이촌동 부근의 집값이 폭등하자 서울시가 2007년 8월 30일로 날짜를 지정, 매매를 막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날 이후 집을 사겠다는 이가 없었고 당연히 팔 수도 없어 이곳 주민들은 그저 개발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반 토막 난 가격에 경매 내놓기도
용산개발사업이 개발 주체 간의 갈등으로 표류하는 사이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실질적인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했다. 용산 개발에 찬성하는 모임인 11구역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재철 총무는 주민 중 절반 이상은 보상을 기대하고 평균 3억4000만 원 이상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생활비·학자금 등으로 썼다고 말했다.
실제 176가구가 거주하는 대림아파트 한 동에는 대출이 없는 가구가 단 한 곳에 불과하며 대출에 따른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살던 집을 반 토막 난 가격에 경매로 내놓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동원베네스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원래 6억~7억 원 하던 집이 13억 원 정도까지 나갈 수 있다고 하니까 일단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장가가는 아들의 전셋집을 마련해 주고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여기 주민들 대다수가 그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주민 서너 명에게 최근의 동네 분위기를 조심스레 물어보자 “이번 개발과 관련해 뜻이 다른 주민들끼리는 서로 말도 안 섞는다. 지난 6년 동안 동네 인심이 얼마나 ‘흉흉’해졌는지 모를 것이다. 책임자는 아무도 없고 피해자만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용산개발사업의 좌초를 반기기도 했다. 대림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B 씨는 “오히려 부도가 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고 개발한다는 게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싸움을 계속 끌고 싶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 적당히 피해를 보상해 주고 전매 제한을 풀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림아파트생존사수연합의 김재홍 씨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부이촌동은 아파트 권역과 노후한 일반 주택 지역 두 군데로 나뉘는데 오세훈 시장 당시의 동의는 대부분 주택권역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2007년 당시 한창 부동산 활황기 때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근거해 보상해 준다고 했는데, 용산개발사업처럼 공익에 근거할 때에는 법률상 감정평가를 ‘공시지가’에 근거하기로 돼 있어 가구당 몇 십억 원씩 받을 줄 알았던 기대가 실은 환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의 모 대표는 “주민마다 의견이 각각 달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핵심은 하나다. 그간 받은 피해를 ‘물질로 보상’해 주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한 주민이 말했다. “처음엔 복권에 당첨된 줄로만 알았다. 멀쩡한 서민들을 공중에 붕 띄워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서부이촌동의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안갯속을 걸을 듯하다. 최근 ‘대출이자’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아파트가 경매시장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깡통 아파트 ‘속출’ 용산은 ‘먹구름’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경매시장에 나온 이촌동 아파트는 2007년 28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4배 정도 늘었다. 그렇지만 제값을 받기는 힘든 실정이다. 부동산태인에서 올해 경매에 나온 이촌동 소재 아파트 물건 14개(중복 제외)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1채당 평균 채권액은 15억9302만 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당 평균 감정가는 10억6964만 원으로, 채권액 대비 67%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회 차에 감정가대로 팔리더라도 소유주가 추가로 갚아야 할 빚이 평균 5억 원 이상 남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가 수두룩하다는 말이다.
한편 용산개발사업 좌초에 따른 그림자는 용산구 전체의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디폴트 발표 직후의 용산구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은 서울 전체의 4배에 달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용산구 아파트 값은 지난주보다 0.12% 하락했는데,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최대의 낙폭이다.
용산구의 집값도 27개월 연속 하락세로, 2011년 1월 3.3㎡당 2546만 원이었던 용산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올해 3월 현재 2428만 원으로 떨어졌고 이촌동 역시 같은 기간 3.3㎡당 2747만 원에서 2578만 원으로 내렸다. 또한 한강로 3가의 부동산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대우한강맨션은 디폴트에 빠진 지 1주일 만에 매매가가 2000만~2500만 원 정도 떨어졌다.
LG한강자이 전용면적 134.72㎡의 매매가는 17억6000만 원에서 1주일 사이 5000만 원이나 빠지기도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하지만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 일대 뉴타운 사업과 민족공원 호재가 여전하고 한강로 일대 재개발도 있어 용산 사태로 인한 집값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단군 이후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의 대규모 개발 사업의 좌초 모습이 부동산의 증권화와 유동화, 자금 조달의 난항을 보여주는 선례라 마포·상암·잠실·인천 등 수도권 일대 초고층 개발 사업 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PFV 사업 등에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용산 쇼크와 별개로 용산 지역의 대규모 개발은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부T&D가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있는 1만9153㎡의 용산관광버스 터미널에 2300여 실의 국내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업은 상반기 내에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37의 85 일대에는 쌍용건설이 ‘용산쌍용플래티넘’ 오피스텔 1개동과 호텔·오피스 1개동 등 2개동을 1개 단지로 구성한 복합 단지로 선보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 사정으로 연내의 분양 계획은 없지만 용산 쇼크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 추진 중인 신분당선 용산~강남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단군 이후 최대 사업’에서 ‘단군 이후 최대의 소송’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용산개발사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사업의 원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전문가들 “남 탓 그만, 수익성 높이자”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매머드급 사업의 수익성이 약화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높은 토지보상비용 등이 결국 사업성 확보의 큰 걸림돌이 됐다. 또한 공공기관, 민간 사업자, 금융사 등 약 30개가 넘는 지분 참여자 간의 갈등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짚었다.
총 31조 원짜리 프로젝트에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은 드림허브의 자본금 1조 원과 1차 전환사채(CB) 1500억 원, 코레일에 지급한 토지 대금(금융이자 등 포함)을 담보로 조달한 2조4000억 원 등 약 4조 원이다.
파산하게 된다면 출자사들이 낸 1조 원 정도의 자본금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코레일 2500억 원, 롯데관광개발 1510억 원, KB자산운용 1000억 원, 삼성물산 640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 490억 원 등 지분율대로 출자한 법인별 자본금 회수는 불가능하다. 코레일은 드림허브에 투자한 자본금 외에도 드림허브의 자금 숨통을 트이게 하려고 미리 매입해 준 랜드마크 타워 1차 계약금 4161억 원도 날릴 처지에 놓였고 그간 받았던 땅값(이자 포함) 약 3조 원도 6개월 내에 토해내야 하는 등 ‘자본 잠식’ 위기에 처했다.
용산개발사업을 통해 누적된 부채 상환을 기대했던 코레일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자칫 공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예상할 수 있다. 또한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 역시 자본금의 30배가 웃도는 자금을 용산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바람에 향후 생존이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사업 무산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의 법정 공방을 비롯해 30여 개의 민간 출자사, 사업성을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권, 발이 묶였던 서부이촌동 주민들 등의 줄 소송 또한 예상되는 터라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이번 ‘용산 쇼크’로 더욱 경직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을 간구해 사업을 진행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 나와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무리하게 서부이촌동을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포함한 원죄가 있다는 것이다. “건물 높이, 용도, 용적률, 건폐율, 주차 상한제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여기에 기부채납 비율도 합리적으로 조절해야 하고 특별팀을 만들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결국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를 개발할 때 본래 오페라 하우스였던 용도를 오피스로 변경해 고용 창출 효과를 만들었고 런던의 신금융센터인 카나리 워프를 지을 때에도 정부에서 전철을 깔아줘 사업성이 좋아진 사례가 있다”고 더 이상 서울시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사업에 대한 재정 투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제원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은 지난 3월 1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용산을 예의 주시하겠지만 거리를 두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용산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해 코레일이 제안한 인허가 신속 이행, 국공유지 무상 귀속 등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협조한다는 것.
하지만 서부이촌동 지역 대책과 관련해서는‘주민 의사가 우선’이란 원칙 아래 찬반 투표를 추진해 분리 개발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형 PF 사업을 추진하는 공공 기관 대부분이 땅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다 보니 땅값을 높게 부르는 사업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고 건설사들도 ‘묻지 마 투자’를 할 가능성이 많기에 전반적인 사업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투자 유치를 통해 재무적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기존에 실패한 주주가 나가고 새로운 주주가 들어올 수 있는 ‘인-아웃(in-out)’이 자유로워지는 것도 해결 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폴트 이후 현재까지의 변동 사항은 지난 3월 18일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롯데관광개발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 관리를 신청했고 지난 3월 21일 삼성물산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서울 용산개발사업을 살리기 위해 1조4000억 원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 시공권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용산개발사업의 최종 부도 여부는 6월께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만기일이 6월 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의견으로 본 용산개발사업 해법 및 투자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해법: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정부·서울시 등 공공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 대신 재정 지원은 모럴 해저드 논란이 있을 것이니 불가하고 이해 당사자 간 조정 작업을 공공에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
투자: 장기적으로 용산 해당 지역의 입지적 장점이나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나쁘지 않음. 단, 장기 투자이므로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자에 한해야 함.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
해법: 출자사들끼리의 자금 조달과 사업 방식 이견 조율이 선행되기 위해선 이를 중재할 국토해양부나 서울시 등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필요. 주민 갈등을 빚고 있는 서부이촌동의 분리 개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주민 의견 실태 조사도 필요. 사업 방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층고를 낮추고 상업 비율을 줄이고 중소형 주택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 봄직함. 서울시의 도시개발계획 변경이나 실시계획인가 등의 인허가 행정절차의 협조도 필요.
투자: 용산개발사업은 용산 지역 개발 호재의 요체이고 사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가격 조정을 틈타 단기 시세 차익을 보겠다는 투자 유형은 위험. 자기자본비율을 높인 실수요 차원의 저가 매수는 바람직함.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해법: 사업 전반의 리모델링이 필요. 사업 추진의 당위성과 목적, 부동산 시장의 수급 상황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 사업 추진 주체의 경험과 경영 능력 보유 및 출자사들 간에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한 투자 유치(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재무적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함.
투자: 용산의 지리적 조건, 발전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으나 현재의 가격 수준이 어느 정도 이른 시간 내에 회복 가능한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함. 저점의 투자가 충분한 호재가 된다고 해도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해 투자 자금의 회수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 장기 투자는 사업 주체와 안정성을 따져본 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듯.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
해법: 현재 계획하고 있는 개발 규모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과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무리. 따라서 개발 규모를 축소하거나 단계별로 개발하는 수정 전략이 필요. 현 개발 사업자들의 자생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함. 기존 사업자들을 현시점에서 정리하고 시간을 갖고 새롭게 사업을 재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음. 통상 일본은 사업 준비만 10~15년이 소요됨.
투자: 현재 용산 개발 지역뿐만 아니라 대형 개발 예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함. 만약 개발이 지지부진하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용산 및 기타 개발 지역 중 입지 및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은 하락 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음.
용산개발사업 어디서부터 문제였나
우선 용산개발사업은 크게 두 조직에 의해 움직인다. 하나는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로, 1대 주주 코레일(지분율 25%),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지분율 15.1%) 등을 포함해 총 30개 법인이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52페이지 표 참고). 또 다른 하나는 드림허브 산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로, 코레일이 29.9%, 롯데관광개발이 70.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작은 2005년 코레일 출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코레일을 출범시키며 4조5000억 원 규모의 고속철도 부채를 안겨주면서 용산 철도창부지도 함께 줬다. 부지를 팔아 빚을 청산하라는 계산인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일어나고 있던 터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땅만 팔면 되는 코레일이 개발 사업 지분의 25%를 갖게 된 것부터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여기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정치적 야욕으로 무리하게 ‘한강르네상스’를 내세우며 서부이촌동 지역을 끼워 넣은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용산개발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던 시절이다.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달려들어 지분을 얻었다. 하지만 2008년 전 세계에 몰아닥친 금융 위기로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고 사업은 꼬여갔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토지 보상 문제 지연, 사업 자금 부족,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반목을 거듭하던 용산개발사업은 지난해 전환사채(CB) 발행이 불발되면서 매일같이 부도 위기를 넘겨오던 드림허브가 결국 지난 3월 13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 원을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라는 상황에 놓이면서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았다.
글 김민주 vit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