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세 지속 여부 변수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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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연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소득세 5년간 한시감면, 생애최초주택자 취득세 면제 등의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8.28 부동산대책 때는 공유형 모기지를 도입하며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주택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는 주택시장을 이끌던 강력한 원동력인 한시적 세제감면 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거래절벽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취득세율 인하, 리모델링 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일정부분 해소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셋값 고공행진은 내년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뒤늦은 부동산 관련법 통과 '호재'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6일부터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개발이익환수법, 취득세율 인하 등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우선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은 현재 층수에서 수직으로 3개 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고 가구 수도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내년 4월께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경기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권 노후 단지들의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았거나 현행 규제로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지은 지 15년 이상된 노후단지 중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는 2만여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취득세 인하, 시장 활성화 도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내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은 큰 호재다. 개정안 통과로 대책발표 시기인 지난 8월 28일 거래분부터 6억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소급적용을 받는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은 현재대로 2%로 변동이 없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취득세 인하 한시 조치에 따라 거래량 증감이 뚜렷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취득세 인하조치는 내년 주택시장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평균주택 가격인 3억2300만원(국민은행 11월 조사 기준)짜리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는 산술적으로는 700만원 수준에서 앞으로는 300만원대로 줄어들게 되지만 세금이 300여만원 줄었다고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도세 감면 종료 '큰 악재'
더구나 내년부터 '양도세 한시감면'이 끝나면서 주택시장이 이를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심이다. 자그마치 6년 동안 꿈쩍도 않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최근 하락세를 접고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양도세 한시감면 조치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주택 구입자들에게 엄청난 매력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따라 연말 세제혜택 종료를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시장에서는 12월 들어 거래가 급증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공유형 모기지, 새 수요 창출
정부가 지난 3일 12.3 부동산후속조치를 통해 본격 시작한 공유형 모기지 사업은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대표적인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대 1%대의 초저금리로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해주는 이 상품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 직장인과 무주택자가 주택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사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하부구조에서 매수세력을 형성해 주택시장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유형 모기기는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하루 동안 550건이 접수되고 평균 상담 건수가 3500여건에 달할 정도로 무주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셋값 상승 여부가 가장 큰 변수
2009년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시장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서울 전셋값은 39.12% 올랐으며 수도권도 37.24%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1월 기준(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은 60.8%로 2002년 7월(61.4%) 이후 11년여 만에 최고치를, 수도권은 62.1%로 2002년 8월(6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주택시장이 새로운 급등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공유형 모기지나 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해 전·월세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현재 주택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상황이지만 올 연말까지 반짝 거래가 일어나고 내년 초 거래절벽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그러나 전세난이 계속되면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