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출구전략 1년을 맞아 지난 8월 서울시가 실태조사 추진경과를 발표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내년 1월 31일을 기점으로 실태조사 기간은 끝나게 된다/사진=. 박세연 기자© News1 |
서울시 "실태조사 이후 주민들에게 진로 결정할 시간 줘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정부와 서울시, 여·야 등 정치권이 뉴타운 출구전략의 연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뉴타운 사업의 해산 요건을 완화한 도정법 16조2의 조항이 내년 1월 31일이면 효력이 다해 출구전략을 마무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주민들에게 사업해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지만 사업취소를 놓고 주민들간 다툼이 1년간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조합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정치권은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뉴타운사업 추진주체에 대한 해산신청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연장기간에 대한 여·야간 이견은 있지만 김관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1년 연장안'의 연내 법안처리가 유력하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국토부와 합의를 했고 서울시도 추진주체의 해산신청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적극적"이라며 "이와 유사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던 새누리당과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 연내 개최되는 국토위 법안소위에 개정안이 상정되면 본회의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내년 1월 31일까지 못 박은 뉴타운 사업의 해산신청 기간을 2016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민주당에서 먼저 개정안이 나오자 법안 발의를 보류한 상태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도정법 16조2의 조항에서 내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실태조사 기간은 그대로 두되, 실태조사 이후 진행되는 추진주체에 대한 해산신청 기간만 부칙을 통해 1년 더 연장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조항은 뉴타운 사업 해산에 필요한 조건을 일종의 특례 형식으로 완화한 것으로 토지 등 소유자나 조합원의 과반 이상만 동의하면 사업추진주체의 해산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몰기간이 끝나면 민법 제78조 '사단법인의 해산결의'에 관한 법안을 적용받아 총사원(조합원)의 75% 동의를 얻어야 사업추진주체의 해산이 가능해지게 된다.
법안 적용시점이 연장되지 않으면 뉴타운사업 해산을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서울시의 실태조사 이후 주민들이 진로를 결정할 시간이 빠듯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300여곳이 넘는 뉴타운 사업장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가 도정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사업해산 여부를 결정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실태조사가 끝나는 기간과 해산신청을 접수하는 기간이 똑같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31일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사업장의 경우 그날 바로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내용의 도정법 개정이 추진되자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추진위나 조합 관계자들은 마뜩잖다는 반응들이다. 반대파들이 조합해산 동의서 징구에 나서게 되면 민민 갈등이 발생하게 되고 정상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서도 사업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북구 재개발 조합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충분하더라도 반대파들과 조합의 분쟁이 불거지면 사업추진이 어렵거나 백지화될 수 있다"며 "출구전략 연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조합은 1년간 더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잦은 법 개정이 일선 사업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서울시는 추진주체가 없는 곳 180개 사업장과 추진주체가 있는 곳 141개 사업장 등 총 321곳의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중 231곳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이중 추진주체가 없는 97곳은 사업해제를, 45곳은 추진을 결정했다. 추진주체가 있는 염리4구역, 구의1동, 사근1구역, 대흥15구역, 장위12구역, 정릉4구역 등 6개 사업장은 해산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진로가 결정된 사업장은 총 148개로 실태조사 대상 중 53%에 달하는 곳이 아직 사업해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조창혁 한가람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주민들에게 심사숙고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면 주민들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서 "출구전략이 연장됨에 따라 사업해산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