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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뉴타운 조합원은 왜 고공시위를 벌였나?

서광 공인중개사 2014. 1. 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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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뉴타운 조합원은 왜 고공시위를 벌였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는 2월 서울 시범뉴타운인 왕십리뉴타운의 입주를 앞두고 뉴타운사업의 불합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철거민 다수의 목숨마저 앗아간 용산사태가 재현되지않을 까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서울 성동구청과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원이라고 밝힌 남성 이모(55)씨가 2일 오후 1시 30분께부터 고공시위를 벌였다.

이씨는 성동구 행당동 성동교육지원청 건물 4~5층 사이 난간에 올라 시위를 하며 성동구청에 항의했다. 이씨의 요구사항은 조합이 방만하게 운영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늘어났으니 새 조합장 선임 절차를 승인해달라는 것.

조합장 선임은 조합 총회의 안건으로 통과시켜야 될 사안인데 이씨가 고공시위까지 벌이며 성동구청에 요구한 까닭은 조합에 대한 불신 때문. 그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조합 대신 성동구청이 새 조합장 선임 관련 필요한 행정 사항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성동구청 측은 관련 규정상 구청이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면서 이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이씨는 이날 밤 자정이 조금 지나 성동경찰서로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지난달 초순 왕십리2구역 조합원들에게 조합 측이 1인당 평균 약 1억3000만원의 추가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구역 총 조합원 423명에게 1억3000만원씩 추가부담금을 받아내면 약 550억원의 자금이 걷힌다. 이 비용은 2구역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두 차례 단행한 할인분양 등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막힌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3층 단독주택(대지 99㎡, 연면적 162㎡) 소유자였던 조합원 L씨는 뉴타운 개발로 전용 84㎡형 아파트를 받고 현금 1억2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1, 2층을 임대놓고 3층에 거주하며 노후 걱정이 없던 L씨는 뉴타운 개발과 함께 전용 84㎡형 아파트 외 약간의 현금밖에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차라리 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훨씬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 그는 후회해왔다. 그런데 입주를 한 달 앞두고 1억3000여만원에 달하는 ‘추가추가부담금’을 내라는 통지를 받은 것이다. 그는 “3층 단독주택이 전용 84㎡ 아파트 한 채로 탈바꿈해 어이가 없다”고 했다.

뉴타운사업이 시작되면서 자기 집은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받고 새 아파트는 일반분양가의 20% 할인된 선에서 분양받게 되면서 조합원들은 이미 한 차례 억대의 추가부담금을 낸 바 있다. 일반분양가가 개발 후 기대되는 주변시세에 맞춰 고가로 분양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시 입주를 앞두고 손실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추가추가부담금’을 내게 된 것이다.

추가추가부담금 부과 소식에 조합원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조합 측 결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이어 입주를 한 달 앞두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새 조합장을 선임해 방향을 조금이라도 돌리고자 하는 상황에서 조합 측의 비협조로 총회를 열 수 없게 됐다. 결국 이들은 성동구청에 새 조합장 선임을 위한 행정절차 지원을 요구하게 된 것.

성동구청 관계자는 “조합장 선임 문제는 조합에서 총회를 열어 처리할 일”이라며 “구청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해줄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왕십리 뉴타운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7월 분양한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아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가재울4구역 조합원들도 ‘추가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가재울4구역 견본주택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1500만~2000만원 더 늘어날 거라고 들었다”며 “뉴타운 사업이 잘 안 되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조합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뉴타운 구역이 많은 서울 성북구에서는 뉴타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이달 말일까지 뉴타운 해제 동의서를 걷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북구의 한 뉴타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황기에 3억원대에 거래됐던 35㎡ 지분의 빌라가 1억6000만원으로 평가받아 이 빌라 주인이 59㎡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1억8000만원 상당의 추가부담금을 내야한다. 결국 이 빌라를 3억원에 산 조합원은 59㎡ 아파트를 4억8000만원에 사게 되는 셈이다. 실태조사에서 일반분양가는 3억7000만~8000만원 선으로 제시돼 이 조합원은 일반분양자에 비해 약 1억원을 손해본다.

한 뉴타운 조합원은 “시범뉴타운인 왕십리뉴타운의 사례에서 뉴타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며 “이 상태에서 뉴타운이 계속 진행된다면 왕십리뉴타운 같은 혼란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합과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서울시내 뉴타운ㆍ재개발 구역 141곳 중에서 해산을 신청한 사업지는 6곳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