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6구역’ 재개발 판결에 담긴 뜻
대법원, “추진위 승인에 하자 있어도 조합인가 받으면 유효”
2014.02.18
조합 인가처분, 적법한 추진위승인 전제 하지 않아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땐 정관 첨부 안해도 정당
최근 행정청이 처분한 추진위 승인에 하자가 있더라도 조합설립인가까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제1부(재판장 고영한 대법관)는 서울 행당6구역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강모씨 등 65명이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1심을 뒤엎은 2심 원심을 확정지었다.
조합설립인가는 추진위 승인의 적법성 여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 최초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사용이 강제되는 ‘법정동의서’로 규정했다. 더욱이 동의서를 징구할 때 조합정관을 첨부해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동의서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인가의 유·무효를 다투고 있는 논란이 대부분 잠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진위 승인에 하자있어도 조합설립은 유효=대법원은 추진위 승인의 하자를 들어 조합설립인가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원심에서는 ‘당연 무효는 아니다’고 판단한데 비해 대법원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다 확실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추진위 구성을 승인하는 처분은 조합의 설립을 위한 주체에 해당하는 비법인 사단인 추진위를 구성하는 행위를 보충해 그 효력을 부여하는 처분이라고 해석했다. 또 추진위의 권한은 조합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일단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받아 추진위의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가 조합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면, 추진위는 그 목적을 달성해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정법’상 재개발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추진위 구성의 동의요건보다 더 엄격한 동의요건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창립총회의 결의를 통해 정관을 확정하고 임원을 선출하는 등의 단체결성행위를 거쳐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추진위 구성의 동의요건 흠결 등 추진위 승인 처분상의 위법만을 들어 조합인가 처분의 위법을 인정하는 것은 조합설립의 요건이나 절차 및 그 인가처분의 성격, 추진위 구성의 요건이나 절차 및 그 구성승인처분의 성격 등에 비춰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추진위 구성승인 처분이 적법·유효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며 “구 도정법이 정한 동의요건을 갖추고 창립총회를 거쳐 조합이 설립한 이상, 이미 소멸한 추진위 승인처분의 하자를 들어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정동의서 인정… 정관 첨부 안해도 돼=대법원은 ‘도정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법정동의서’로 인정했다. 상위법령에서 위임된 이상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도정법 시행규칙이 정한 법정동의서는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써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법정동의서를 규정한 취지는 종래 건설교통부 고시로 제공하던 표준동의서를 대신할 동의서 양식을 법령에서 정해 그 사용을 강제함으로써 동의서의 양식이나 내용을 둘러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정동의서상 정관에 관한 사항과 함께 비용의 분담 기준이나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역시 구체화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법정동의서 중 비용의 분담기준 및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각 사항 부분에서 그 구체적인 사항은 조합정관에 의한다는 취지의 기재 역시 해당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장차 창립총회의 결의 등을 거쳐 마련된 정관에 따르겠다는데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할 때 조합정관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조합정관에 관한 의견의 수렴은 창립총회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으므로 굳이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를 받을 때 동의서에 정관 초안을 첨부해 그 내용에 관한 동의까지 받도록 요구할 필요가 없다”며 “뿐만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것은 절차상 무리인 측면이 있다”고 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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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와 조합은 애당초 별개 사안
송사 휘말린 사업장에 희소식 될 것”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변호사
행당6구역은 조합설립 취소소송으로 이주비 지급이 중단되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번 소송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사업재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행당6구역이 올해부터 이주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H&P법률사무소가 있었다. 추진위 승인의 하자가 조합설립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승소를 이끌어냈다. 재건축·재개발 전문로펌으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H&P법률사무소의 홍봉주 변호사를 만나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갖는 의미를 들어봤다.
▲이번 행당6구역에서 승소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뭔가=우선 추진위 승인처분의 위법 또는 무효여부는 원칙적으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위법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또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을 때 조합정관을 첨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사법부가 결정한 첫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풀이해 본다면=대법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행위는 법령이 정한 동의 요건을 갖추고, 창립총회를 거쳐 조합의 실체가 형성된 이후에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전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도정법 시행규칙이 정한 동의서 양식은 사용이 강제되는 법정양식이라고 판시했다. 정관에 대한 동의는 구체적인 정관내용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장차 창립총회의 결의 등을 거쳐 마련된 정관에 따르겠다는데 대한 동의라고 봤다. 나아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할 때 정관을 첨부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무리라고 판단했다.
▲상급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배경은=하급심 당시에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승소할 수 있었던 사건을 패소했다. 당초 1심은 정비구역과 확대된 정비구역 모두로부터 확대동의서를 받았는데도, 확대된 정비구역으로부터만 확대동의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과 3심에서는 1심의 잘못된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정비예정구역 지정 전 또는 그 변경고시 이전에 추진위 승인처분이 있었다거나 동의서를 징구했다는 부분은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경우 추진위 승인처분의 요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추진위 승인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 인가처분의 하자를 다툴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결국 정비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이번 사건을 승소할 수 있었다.
▲행당6구역의 대법원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조합설립인가를 받았음에도 추진위 때의 잘못을 이유로 소송이 걸려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업장들이 많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은 사업장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는 정관을 첨부해 조합설립동의서를 받는 경우 창립총회에서 그 정관을 수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동의서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할 때 정관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니까 앞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정법 시행규칙이 정한 조합설립동의서가 법정동의서이므로 조합장 선출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출하면 될 것이다. 나아가 조합장 선출 자체에 대해 3/4이상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게 됐다.
▲H&P는 높은 승소율만큼 업계에서도 명성이 높은데, 그 비결은=원래 법리는 판사가, 증거는 변호사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법리에만 매달리고 사실을 찾아 현장을 다니는 변호사는 많지 않다. 저와 박일규 변호사가 운영하는 H&P법률사무소는 현장자문을 통해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법원에 적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정비사업 분야는 법조계에서도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장 이해를 바탕으로 법리 발견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많은 현장경험이 저희 H&P법률사무소의 승소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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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지정 전 추진위에 조합 인가처분은 무효” 주장
■ 왜 소송 제기했나
이번 소송을 제기한 강모씨 등은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대문구청이 행당6구역의 추진위 승인을 내준 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비예정구역 전 추진위 승인은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강모씨 등은 이러한 하자를 근거로 조합설립인가 처분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당초 서울시가 지난 2005년 10월 20일 7만7천600㎡의 행당6구역을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있고, 이에 앞서 서대문구에 통보했다.
이를 근거로 서대문구는 행당6구역의 정비예정구역이 지정·고시되기 하루 전에 일부인 4만950㎡를 사업구역으로 추진위 승인을 내줬다. 이후 지난 2007년 8월 23일 정비예정구역이 9만6천800㎡로 확대됐고, 동시에 추진위 승인처분을 내준 사업구역도 4만9천20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지난 2007년 9월 20일 추진위 변경승인을 받았고, 이때 전체 토지등소유자 1/2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또 지난 2008년 12월 18일에는 확장된 정비예정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비춰보면 위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가 구 도정법상 추진위 제도의 입법취지를 형해화할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며 “추진위의 조합설립인가 신청행위가 위법·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조합설립 인가처분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최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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