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주택으로 6억5천 이상 대출
[편집자 주]전세자금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상품이지만, 최근 여러 군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저금리로 돈을 빌리기 쉽다보니 주택 구매 의욕을 낮춰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전셋값 폭등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관련 제도의 '구멍'을 악용한 '불법 차명거래'까지 횡행하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전세자금대출의 부작용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전세 거주자가 필요자금을 저리로 빌릴 수 있어 서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상품이다. 올해말까지 전세담보대출 잔액이 3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점을 악용한 '불법 차명거래'가 횡행하고 있어 은행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요사이 중소기업 사장이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허점을 악용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의류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씨는 "부동산업자가 귀띔해준 방법인데, 한정된 담보로도 거액의 돈을 저리로 빌릴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 수법은 우선 대출자가 '가짜 전세계약자'를 끌어들여 자기 집을 전세로 임차해준 것처럼 꾸민 뒤 '가짜 전세계약자'가 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토록 한다. '가짜 전세계약자'이므로 명백한 '차명거래'다.
주택가격을 5억원, 전세보증금을 3억8000만원으로 책정할 경우 보증금의 80%까지 은행이 대출해주므로 3억 이상의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어 즉시 전세계약을 해지한 뒤 대출자가 다시 자기 집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인 70%까지, 최고 3억5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즉, '불법 차명거래'를 이용해 시가 5억원인 주택으로 최고 6억5000만원까지 빌리는 것이다.
주로 생선류를 취급하는 자영업자 B씨는 "주택담보대출은 3% 전후 금리, 전세자금대출은 3% 초중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보통 5~6%, 혹은 그 이상까지 올라가는 신용대출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수법이 가능한 것은 전세자금대출의 만기와 전세계약의 만기가 불일치하는 부분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한 제도의 허점 탓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빌려주는 전세자금대출의 만기는 8년이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만기 2년)도 만기를 최장 6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중간에 전세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새로 옮긴 주소지만 은행에 알려주면, 은행은 대출 상환을 독촉하지 않는다.
이 점을 악용, '가짜 전세계약자'는 '가짜 전세계약'을 해지한 뒤 자신의 진짜 전세 거주지 주소를 은행에 통보한다. 은행은 이에 만족하므로 전세담보대출 계약은 유지되고, 관련 원리금은 대출자가 대신 갚아준다. 이를 통해 대출자는 저리의 자금을 최대 8년까지 쓸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차명거래'는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선량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전세계약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삿짐이 오가는지 등을 은행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