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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실패 ‘신대방’, 조합사업으로 부활하나
매일경제 2015.02.06
[노후 주택이 많은 신대방 363번지 일대 모습]
“벽돌로 집을 올린 동네라 겨울엔 추워서 못살아. 뉴타운 지정되고 이제 살만해지나 싶었는데···몇 년 동안 헛고생만 했지. 이 동네 주민들 뜨끈한 아랫목에서 편하게 자는 게 소원인 사람들이야. 이게 지금 추진하고 있는 조합사업이 잘되어야 하는 이유야.”(신대방동 재개발 조합원, 박모씨 62세)
보라매공원 인근 농심 본사 뒤쪽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363번지 일대가 비상을 꿈꾸고 있다. 뉴타운 지정 취소 이후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전환, 얼마 전부터 사업에 탄력이 붙기 시작해서다.
이 일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1년 10월 뉴타운(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 이곳에 재개발 전문 업체, 일명 ‘업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재개발이 끝난 뒤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이곳 주민들의 기대만 한껏 올려놨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당시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는 임대주택(장기전세, SHIFT)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하는 한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몰랐다. 조합원 분담금은 사업이 진척될수록 커져만 갔다. 분담금은 당시 시세를 훨씬 웃도는 3.3㎡당 18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조합원들이 허송세월하는 동안 재산권이 묶여 권한도 행사할 수 없었다. 결국 주민들은 2013년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꺼내든 ‘뉴타운 출구전략’에 합승해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을 스스로 해제하는 자구책을 꺼내든다.
‘허송세월’ 보낸 뉴타운 예정지역 중 한 곳
뉴타운사업은 지난 2004년 제 17대 총선, 지방선거, 대선 등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사업구역이 무리하게 지정되어 주택가격 상승, 전월세난 발생, 서민주거 불안 등 심각한 주민갈등을 초래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 및 주택시장 침체로 뉴타운 정비사업 분담금이 상승함과 동시에 기대수익률이 하락해 시공사의 사업추진이 중단되고, 이해 주체 간 갈등과 불신이 불거져 기존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표출되기도 했다.
[‘보라매지역주택조합’(가칭) 사업이 추진 중인 신대방 363번지 일대 모습. 붉은 테두리 부분.]
뉴타운은 당시 선거공약으로 즐겨 이용됐고, 결국 마지노선을 넘은 산발적 지정은 얼마 못가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12년 1월 30일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신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수습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위해 자치구별 주민의견청취를 실시했다. 당시 신대방 363일대 토지 등 소유자는 366명으로 주민의견 청취 및 투표결과 절반 이상인 205명(56%)이 투표에 참여해, 구역해제에 138표(37.7%)가 나와 해제결정이 내려졌다.
지주 조합원 90% 찬성한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 중
이 지역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30년 이상 된 건물(다세대·다가구) 벽돌로 쌓아올린 오래된 집들이 많아 개발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35년 이상 된 건물도 부지기수다.
지난 2일 찾은 신대방동 363번지 일대는 좁은 골목과 공중에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이 이 지역의 노후도를 대변했다. 이 일대의 노후도는 8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신대방 지주 조합원의 약 90%가 지역주택조합에 찬성한 상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 한 달 동안 일반 조합원 모집에 나선다.
이 일대 조합 시행 PM역할을 맡은 승운 G&C 신승우 대표는 “현재 지주 90%는 동의서를 작성했을 정도로 개발에 목마른 상태”라며 “최근 전국적으로 뉴타운 및 도시정비사업이 취소된 지역에서 왕성하게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곳처럼 빠르고 확실하게 진행되는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
신 대표는 이어 “지금껏 기행적으로 진행되던 불법 현장과는 달리(조합설립인가 전 조합비 요구하거나 신탁사 선정없이 사업 진행) 투명성을 높여 조합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3월 초 설명회 거쳐 일반 조합원 모집 예정
‘보라매지역주택조합’(가칭)에 따르면 신대방동 363번지 일원에는 지하3층~지상 11~24층, 11개동 681세대가 들어서게 된다. 용적률은 249.25%이며, 단지에는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상가시설)이 들어선다.
전용면적 59㎡는 66세대, 84㎡는 615세대로 중소형으로만 지어진다.
이 중 조합물량은 341세대, 일반물량은 340세대로 구성된다. 현재 조합승인 조건인 총 세대수의 절반 이상 모집을 위해서는 50~60가구 정도가 부족한 상태다.
이를 위해 보라매조합은 3월 초 설명회를 먼저 개최한 뒤, 3월 10일~4월 10일까지 한 달간 일반 조합원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신 대표는 “보라매공원 및 신대방삼거리역에 인접해 벌써 문의가 상당하다”며 “현재 시공사 선정을 위해 6개 대형 건설사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주택법상 토지 80% 확보 전 분양은 불법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부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이 부분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보라매지역주택조합의 경우 90% 이상 확보된 원주민(지주들)의 땅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이런 문제는 아예 생길 여지가 없고, 부족한 10%의 지주조합원은 3월에 모집하는 일반조합원으로 채울 예정이다.
신 대표는 “일반조합원의 분양가는 3.3㎡당 1650만원 수준에 책정될 예정”이라며 “59㎡와 84㎡ 아파트를 각각 4억2000만원과 5억5800만원에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 조합원 모집 후 조합인가 승인 및 시공사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빠르면 오는 10월 일반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일반분양 시 분양가는 3.3㎡는 2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역주택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분양가도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지난해 말 인근인 신길뉴타운 7구역에 분양된 래미안 에스티움의 평균분양가는 3.3㎡당 1620만원으로 책정되어 이 사업의 일반조합분양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일대는 424.106㎡(약 13만평)에 달하는 보라매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한다. 도보로 약 3분 거리다. 단지 앞으로는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이 있고, 롯데백화점과 보라매병원도 단지와 가깝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벽산아파트 59㎡ 아파트가 3억 3000만원, 입주 10년차인 보라매코오롱하늘채 84㎡는 4억 6000만원 수준에 거래가 된다”며 “보라매공원이 더 가까운 이 일대에 새 아파트가 같은 평수에 5억원대면 시세 차익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주택조합 생각 중이라면 ‘이것’ 조심
실수요자들이 직접 조합원으로 가입해 내 집을 짓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완화로 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009년 법 개정으로 사업대상 부지의 95%를 확보한 경우 잔여분에 대한 매도청구가 가능해져 일명 ‘알박기’로 인한 사업지연 위험이 상당부분 해소됐고, 2013년 8월부터는 조합원 모집 대상지역이 사업지 동일 시·군 거주자에서 인접한 시·도 지역 광역생활권으로 확대됐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지역주택조합으로 공급하는 물량의 최대 25%를 중대형(전용 85㎡ 초과)으로 건설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9.1대책을 통해 주택조합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조합원 자격 요건도 완화(무주택자 및 전용 85㎡이하 주택 1채 소유 세대주)돼 사업 진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실제 조합원 가입 전에 여러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분담금 증가 등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토지확보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95% 이상 소유권 확보 시 매도청구가 가능해졌으나, 기왕이면 사전에 토지가 100% 확보된 곳이 안전하다.
또 조합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용역사의 업무 노하우도 중요하다. 토지주와의 매입 협상과 행정처리, 조합원 관리 등 사업전반의 진행 속도가 이들의 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거 사업진행 실적과 성공사례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밖에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주체와 시공사와의 관계, 신탁사의 자금관리 안정성 등도 중요하다.
[동작구 신대방동 = 매경닷컴 조성신·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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