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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재건축 대출규제로 조합원들 이주 못해 '비상'

서광 공인중개사 2018. 8. 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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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재건축 대출규제로 조합원들 이주 못해 '비상'





문상연 기자 2018.08.20


이주 지연→금융비용 증가→공사비 인상… 악순환 불가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관악 강남아파트까지 발목
울며 겨자먹기식 고금리대출도 쉽지 않아 발 동동




[하우징헤럴드=문사연기자] 정부의 과도한 이주비 대출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의 이주비 지급 한도를 기존 LTV 60%에서 40%로 대폭 줄여 20%의 차액을 메꿀 방법을 찾지 못해 이주가 지연되는 조합들이 급증하고 있다.


나아가 이미 이주를 시작한 일부 조합들은 궁여지책으로 제2금융권이나 증권사를 통해 부족한 이주비를 고금리까지 감수하면서 조달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특히,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공공이 직접 뛰어들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지마저도 이주비 대출규제로 인해 사업지연을 예고하고 있어 이주비 대출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SH공사 직접 참여한 재난위험시설 ‘D등급’ 관악구 강남아파트도 사업지연 위기



정부의 무분별한 이주비 대출규제로 인해 공공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마저도 잡음이 생기고 있다.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약정을 맺으며 공공이 직접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이주비 대출 문제로 인해 사업지연이 예고되고 있다.


1974년 준공된 강남아파트는 2001년에 재난위험시설(D등급)로 지정되며 붕괴위험 문제로 조속한 사업시행이 필요했다. 그러나 사업성 저하, 조합 내부 갈등, 부동산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시공자들이 사업을 포기, 지난 15년 동안 표류되면서 주민들이 위험에 방치돼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관악구와 SH공사와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정비사업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조합 스스로 자체적인 사업추진이 힘들다고 판단, SH공사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시켜 사업을 재가동시켰다.


이에 사업은 급물살을 타 시공자 선정 및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올해 안으로 이주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추가 이주비 대출 길이 막혀 난항에 빠졌다. 조합이 집단 이주비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LTV 40%를 초과해 대출받은 조합원들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집계한 조합원들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에 따르면 대출한도인 40%를 초과한 금액의 합산액이 약 12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합은 기업형임대주택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조합원별로 부족한 이주비를 지원하고자 했으나, 기업형임대주택에 대한 매매(분양)대금채권은 사업비 보증약정 및 매매계약 조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양도하도록 돼있어 무산됐다.


이에 사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조합은 추가 이주비 대출 여부에 상관없이 금주 이주공고를 내고 올해 안으로 이주를 마친다는 입장이다. 조합에 따르면 이미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를 마쳤고 현재 단지내 남아있는 주민들은 약 130여명으로 조합원 30명과 세입자 100명으로 구성돼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이주비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대출한도를 초과한 조합원들의 상환금과 세입자들의 보증금 마련에 문제가 생겨 강남아파트의 이주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 직접 개입해 신속한 사업을 추진하는 정책 사업지마저 발목잡고 있는 현행 이주비 대출규제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남아파트 조합관계자는 “정부의 무분별한 이주비 대출 규제로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공공이 직접 개입해 추진하고 있는 정비사업마저 발목을 잡아 주민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우리 단지처럼 붕괴위험에 노출된 곳은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신속히 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금리 감수하고 추가 이주비 대출 나선 조합들, 금융당국 제동으로 망연자실


당장 이주를 개시한 방배5구역과 방배6구역 조합은 이주지연으로 입는 피해보다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사업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궁여지책으로 증권사로부터 부족한 20%의 추가 이주비를 대출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증권사들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투자자들에게 펀딩을 받아 이 투자금을 재건축조합에 이주비 대출 명목으로 내주고 이자를 받는 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 5월 4일부터 이주를 개시한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이달초 약속돼있던 증권사의 추가 이주비 400억원 대출이 무산되면서 조합원 약 150여명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등 이주지연의 위기에 봉착했다.


조합은 지난달 18일 총회를 통해 추가 이주비 대출을 의결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로부터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기로 했다. 금융구조는 하나금융투자로부터 제안 받아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NH투자증권 신탁부에 400억원의 자금을 넣고, NH투자증권 신탁부가 대부업체 등을 통해 브리지론 형식으로 추가 이주비 대출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조합은 이주비 추가 대출이 필요한 조합원에게서 토지에 대한 2순위 근저당권을 넘겨받아 신탁사에 넘긴다. 금리는 4년간 연 5.9% 고정금리다. 조합이 사업지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지난 1일 돌연 사업에서 빠지겠다며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추가 이주비 대출이 무산됐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증권사를 통해 추가 이주비를 대출받으려 했지만 무산됐다. 조합은 지난달 29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보증금 반환 등 대출 금융기관 선정의 건을 상정해 신한금융투자주식회사·파인크레스트 리얼에스테이트 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추가 이주비 대출기관으로 선정했다. 대출한도는 850억원으로 대출 금리는 6.4%이다.


하지만 최근 신한금융투자가 입장을 바꾸면서 직접 자금조달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추가 이주비 대출이 무산됐다.


방배5구역 조합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추가 이주비 대출기관으로 선정된 후 입장을 바꾸면서 무산됐다”며 “내년 1월 17일까지 이주를 끝내야 하는데 추가 이주비 대출길이 막혀 막막하다”고 말했다.


추가 이주비 대출이 무산되자 해당 구역의 조합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존에 거주하던 조합원들은 종전자산평가의 40%의 이주비는 실제 시세의 2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당 금액으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외부에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 대다수가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추가 대출에 제동이 걸리자 전세보증금 마련에 차질이 생겼다.


세입자 역시 제때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주지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아가 기존 LTV 60%를 적용받은 조합원들은 당장 집단 이주비 대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초과된 20%의 대출상환금을 마련해야 되는 상황이다.


조합의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추가 이주비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주시기가 크게 늦어질 경우 조합의 막대한 금융비용 증가와 공사비 인상까지 연이은 악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주는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내 이주를 마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고금리로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그마저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막혀버렸다”며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 공사비 인상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