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인가가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하자가 있다더라도 이로 인하여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 대상 판결
ㅇ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두13463 판결 (관리처분계획취소)
ㅇ 원고 : 갑 외 237명
ㅇ 피고 : 부산화명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ㅇ 소송결과 : 피고 조합 승소(원고 상고 기각)
□ 판결 요지
구 도시정비법(2003. 12. 31. 법률 제70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시행 이전에 재건축결의가 이루어졌으나, 위 법률 시행 후에 재건축결의 당시와 비교하여 용적률, 세대수, 신축아파트의 규모 등이 변경된 내용의 사업시행계획안을 결의함에 있어서 그 결의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조합원 2/3 이상)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시행계획의 하자는 무효 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불과하므로 위 취소사유를 들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의 적법 여부를 다툴 수 없다.
□ 추진경위
- ‘02. 3. 23. 조합 창립총회
- ‘02. 12. 8. 조합 재창립총회
- ‘03. 6. 24. 조합설립 인가
- ‘03. 8. 30. 시공자 선정신고(롯데건설)
- ‘04. 4. 13. 공사 가계약
- ‘06. 4. 29. 정기총회
* 참석 조합원 : 전체 조합원 대비 약 56%
* 사업계획 변경 동의의 건 의결 : 당초 재건축결의시와 비교하여 용적률이 약 20.8% 정도 감소하고, 세대수도 약 1,230여 세대가 줄어들고, 신축 아파트의 규모 등도 변경되었음.
- ‘06. 6. 23. 사업시행인가
- ‘06. 7. 1. 분양공고
* 일부 조합원들이 무상지분율과 조합원 분담금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항의
- ‘06. 7. 28. 분양공고 취소
- ‘07. 3. 14. 시공자 무상 지분 면적을 조정하는 수정안(2개안) 제시
- ‘07. 5. 18. 재분양공고
- ‘07. 5. 18. ~ 8. 6. 분양신청기간
- ‘07. 10. 14. 관리처분 총회
* 사업계획 변경 동의의 건 의결 : 전체 조합원 대비 68.35%
* 새시 비용, 법인세, 민원 보상비 등을 롯데건설이 부담하는 무상 지분 조정안(2안) 의결
- ‘07. 10. 25. 공사계약 체결
- ‘07. 12. 6. 원고들 소송 제기(부산지방법원 2007구합5159)
- ‘07. 12. 26. 관리처분계획 인가
- ‘08. 11. 5. 제1심 피고 조합 승소
- ‘10. 6. 9. 항소심(부산고등법원 2008누6349) 조합 승소
- ‘12. 8. 23. 상고심 조합 최종 승소
□ 원심(항소심) 판결이유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은 당초 재건축결의 당시 통상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를 넘은 것으로서 재건축결의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그 수립에는 도시정비법 제20조제3항, 제1항제15호를 유추적용하여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바, 2006. 4. 29.자 정기총회 결의에서 위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은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을 토대로 수립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또한 무효이지만, 2007. 10. 14.자 임시총회 결의에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에 관하여 위 의결정족수를 충족함으로써 그 하자가 치유되었으므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또한 유효하다.
□ 대법원 판결이유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 재건축결의 당시와 비교하여 신축되는 아파트의 용적률, 규모, 세대수 등이 대폭 변경된 경우에도 도시정비법 제28조제4항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의 수립에 적용될 조합 정관의 결의요건에 관한 규정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하급심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었고, 이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도 없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비록 2006. 4. 29.자 정기총회 결의에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의 수립에 대하여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요건이 분명하지 아니한 상황이었던 이상, 그 결의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하자는 무효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불과하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은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의 수립에 관한 취소사유인 하자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에 승계되지 아니하므로, 위 취소사유를 들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의 적법 여부를 다툴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사업시행계획이 그 수립에 필요한 결의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고서도 그 하자의 치유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이 부분 상고이유와 같은 하자의 치유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 해 설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이나 재개발사업 모두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라는 일련의 행정처분을 거쳐 진행된다. 이 경우 후행하는 행정처분은 선행 행정처분이 적법․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선행 행정처분에 무효인 하자가 있다면 후행 행정처분에도 하자가 승계된다. 하지만 선행 행정처분의 하자가 무효사유가 아닌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면 선행 행정처분을 쟁송기간 내에 다투어 취소되지 않는 한 후행 행정처분에 하자가 승계되지 않는다.
이 사안에 있어서 원심과 대법원은 비록 사업시행인가 당시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조합원 동의율은 ‘조합 정관’에서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피고 조합의 정관에서는 사업계획의 변경은 재적 조합원 1/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및 출석 조합원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재건축조합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이자 엄격한 정관변경절차를 거쳐야 하는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시공자․설계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사항이 당초 재건축결의 당시와 비교하여 볼 때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정관변경에 대한 절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규정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도시정비법 제20조제3항, 제1항제8호 및 제15호의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조합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같다.
하지만 원심은 이러한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사업시행인가가 무효라고 하면서도 그 하자가 사후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은 이를 부인한다. 즉 하자 있는 행정처분의 치유는 행정처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행정처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이를 허용하는 때에도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나, 무효인 행정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한 것으로 처음부터 어떠한 효력도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무효인 행정처분의 하자의 치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선행 행정처분의 하자(사업시행계획에 대하여 조합 정관이 정한 동의율은 충족하였으나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지 않은 경우)가 취소사유가 아닌 무효사유이라면 그 하자는 치유될 수 없고, 후행 행정처분(관리처분계획)의 효력도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행정청이 위 규정을 적용하여 처분을 한 때에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행정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그 처분 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사업시행계획의 수립에 적용될 조합 정관의 결의요건에 관한 규정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하급심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었고, 이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도 없었음을 이유로 이러한 하자는 무효사유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사업시행인가처분이 있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조합원 동의율 미충족 등의 하자를 들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 된 것이므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사업시행계획의 하자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무적으로 관리처분계획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 취소소송 등을 제기한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사업시행인가의 무효를 주장하여 정비조합들이 상당한 곤욕을 치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분쟁은 조합의 귀책사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조합설립인가나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의 동의방법, 동의율 등에 대한 법리가 명백하지 못했던 저간의 사정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우리의 법 현실과 법리를 잘 적용하여 합리적인 판결결과를 도출해낸 것으로 상당수 조합들에게 유익한 판례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