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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갈등 현실화… 대책은 없나
‘출구없는 출구전략’에 전국 사업장서 찬·반시위 갈수록 격화
하우징헤럴드 2013.04.11
행정청과 대립 극에 달해… 민·민 갈등도 확산
사업추진 여부 놓고 목숨 끊는 극단적 사태 발생
‘출구’없는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으로 주민간은 물론 행정청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찬반을 두고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에서 연합체를 구성해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사업 추진여부를 두고 행정청과 갈등을 겪으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주거환경연구원의 진희섭 팀장은 “매몰비용과 지원책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무리하게 시행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취소에 따른 대책이나 사업추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됨에 따라 출구전략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일선 현장에서 사업 찬반에 대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출구전략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사업 찬성 측에서는 출구전략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 양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 연합, 출구전략 조속히 이행 요구… 전국서 집단 시위=지난달 26일 청주에서는 재개발 반대대책위원회가 정비구역 취소를 요구하며 청주시청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청주 사직동, 우암동, 모충동, 수곡동 등 재개발구역에서 모인 주민들은 청주시의 행정을 비난하며 출구전략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주택을 개량하거나 보수하지 못해 주민들이 불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며 “청주시의 늑장행정과 미온적인 대처가 재개발주민들의 피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비구역 지정을 취소하거나,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안양시 명학마을 재개발 예정구역 주민 약 100여명이 안양시청 후문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청 후문에서 재개발 예정구역을 해제하라고 촉구하고, 시와 담판을 짓겠다며 시청 안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 경비원들이 도시국장실 진입을 저지하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안양시장을 만나겠다며 3층 시장실로 이동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전국주거대책연합이 지난해 3월 종각역 보신각에서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출구전략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 측은 “뉴타운 지정으로 재산권과 거주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며 “뉴타운은 원주민의 토지를 빼앗아 국가와 조합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진위·조합 “출구전략으로 사업지연… 재건축·재개발 죽이기 정책 반대” 대규모 집회=뉴타운·정비사업을 찬성하는 측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잇따라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청 광장에는 300여명의 한남뉴타운 주민들이 뉴타운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며 서울시에 항의했다.
한남뉴타운 관계자는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을 설립했다는 것은 주민 대부분이 재개발사업을 희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실태조사를 벌이면 사업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 3월에는 전국 100여개의 재건축·재개발구역에서 5천명이 넘는 인파가 서울광장을 메우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죽이기 정책’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로 서울광장에서 시청으로 이동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뉴타운·정비사업 억제 정책에만 치중하고 있어 사업을 찬성하는 구역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와 시가 용적률과 층수를 완화하고, 기반시설 설치비용과 세입자 대책에 대한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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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사업반대 도구로 전락… 잘 나가는 구역도 ‘혼란’
■ 지금 현장에서는
전국에서 출구전략을 두고 민-민, 민-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출구전략이 사실상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면서, 사업추진이 원활한 구역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선 행정청에서도 실태조사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에 필요한 인·허가 등을 미루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실태조사나 설문조사 등을 이유로 추진위원회 승인을 거부하거나, 사업시행인가 등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행정청간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매몰비용에 대한 책임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갈등을 키우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인천 등 전국에서 추진위나 조합이 자진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이 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매몰비용을 지원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동안 기투입된 비용은 협력업체 계약서에 서명한 추진위나 조합 임원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서울 사당1구역재건축과 부천 광희아파트재건축, 인천 부개2구역 재개발 등은 조합이 해산되면서 시공자가 조합 임원을 상대로 가압류를 걸어 놓은 상황이다. 결국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출구전략으로 인한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사업이 지지부진한 구역을 정리하고, 사업이 원활한 구역은 지원한다는 출구전략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사업을 가로막는 제도가 되고 있다”며 “출구전략이 도입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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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직권 해제 강화해야”
조합측 “원도심 활성화 시급”
■ 인천 민민갈등 원인은
최근 인천에서 출구전략 추진을 두고 반대파 측과 추진위·조합이 각각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업 반대파 측은 인천시가 직권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해 사업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추진위·조합에서는 시가 약속한 구도심 지원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인천 재개발·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 연합회’는 지난달 25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재건축·재개발구역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반발했다.
인천 비대위 연합회 측은 “인천지역 대부분의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이미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사업성이 낮아 착공 가능성이 매우 적다”며 “시장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전면 해제하고,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이 지속될수록 매몰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며 “추진위·조합, 시공사가 매몰비용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인천에서는 조례를 개정해 시가 직권으로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실제로 시는 지난해 2월부터 원도심 정비사업 구조개선 작업을 통해 총 67곳의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했으며, 지난달에는 남동구 우신재개발구역과 부평구 십정6재개발구역을 해제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당초 212곳에 달하던 재개발·재건축 예정구역 중 69개 구역을 해제함에 따라 143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반면 추진위·조합 측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원도심 활성화 방안을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인천시 주택재개발연합회는 지난달 26일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 소위원회가 열리는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농성을 벌였다.
연합회 측은 시가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 금액 중 1천억원을 원도심 재정비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매몰구역에 배정함에 따라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송 시장은 1천억원의 예산을 도시재생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정비구역이 해제된 14개 구역에 8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책정된 모든 예산을 매몰구역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주택이 노후화된 상황에서 매몰구역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며 “매몰구역에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은 정비구역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매몰구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 자문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선사업 대상지로 총 14개 구역을 선정했는데, 한 구역 당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54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구역의 경우 대지면적이 5천362㎡에 불과하지만 골목길 정비와 CCTV 설치, 주차장조성, 경관 개선, 커뮤니티시설 설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무려 4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A구역의 경우 구역 내 주택이 46가구에 불과하지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으로 40억원이나 책정됐다”며 “단순히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비용으로 가구당 8천700만원이나 투입한다는 것은 낭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도심 활성화 비용을 책정한 14개 구역을 선정하게 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인기영합을 위한 선심행정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비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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