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전농7구역 입주 안내센터에서 분담금 분쟁 탓에 입주를 못한 조합원들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지난달 30일 마침내 새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일을 맞았지만 바로 전날에서야 새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에서 갑작스럽게 '추가분담금을 완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추가분담금에는 철거 직전 조합원 관리처분 총회 당시엔 포함되지 않았던 일부 비용도 들어있다. 이러다 보니 조합원들은 "부담 의무가 없다"며 입주를 강행하려 하는 반면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예정된 건축비를 다 받지 못해 이에 대한 이자비용을 받아야 한다"며 입주를 막아 물리적 충돌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 단지에서 최씨처럼 딱한 처지에 놓인 조합원이 1500여 명에 달한다.
입주를 앞두고 뜬금없이 불거진 분담금 분쟁의 '불씨'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농7구역 뉴타운 사업은 아파트 용지와 별도로 1만1951㎡ 규모 학교용지와 4932㎡의 문화시설용지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만 해도 뉴타운사업은 서울시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었고, 학교와 문화시설 용지는 지자체가 일종의 기반시설 차원에서 지원했다.
2007년 6월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매입하고, 동대문구는 문화시설용지를 확보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용지매입비를 조합에 입금하면 조합측은 시공사에 건축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대금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문제가 커졌다.
동대문구는 문화시설용지 대금 214억원 전체를, 서울시는 학교용지 대금 중 77억원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용지 대금은 이전고시가 나면 지급하는 구조여서 연내 고시가 떨어지면 바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동대문구가 지급할 문화시설용지 대금 마련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참에 아예 해당 용지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학생기숙사로 바꿔 짓자는 제안도 내놨다. 해당 용지를 기숙사 용지로 바꿔 기숙사로 지으면 동대문구가 내지 못한 금액을 시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와 문화시설 대신 주민에게 실익이 없는 기숙사를 짓겠다는 데 대해 주민 반발이 심하다.
삼성물산은 제때 받지 못한 건축비에 대해 연 7% 이자를 책정했다.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매입비 지급을 늦추는 사이 여기서 추가로 발생한 이자비용만 40억원에 달한다고 조합 측은 주장한다.
삼성물산 측은 이 40억원을 조합원이 입주 전에 부담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조합원은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갈등이 커지자 동대문구청은 지난달 26일 용지매입을 미루면서 발생한 이자비용 가운데 일정 부분을 지원해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조합 측에 보냈다.
하지만 조합과 삼성 측이 맺은 7%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아 이를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토지매입비 원금 지급 시점도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주를 하게 되면 잔금을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미리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