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 매몰비 많게는 3000억원… 정부 지원책 없어
- 구조조정 후폭풍에 "해결 방안 시급"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애물단지가 된 서울·수도권의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한시적으로 열렸던 출구가 다시 닫힌다. 주택 정비사업을 청산하려면 내년 1월 말까지는 추진위원회나 조합 해산 신청을 마쳐야 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매몰비용(사업에 투입된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한 571개 정비(예정)구역 중 308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 연말까지 일단락짓고 마무리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주민들에게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하고 투표를 통해 주민 손으로 직접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308곳 가운데 강북구 수유1·3·4·5·7구역 등 78곳(25.3%)은 이미 구역 지정이 해제됐거나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광진구 자양1구역, 양천구 신월6구역, 종로구 숭인3구역 등 3곳은 구청장 직권으로 구역 해제를 검토 중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구역 지정 뒤 추진 주체를 꾸리지 못해 수년째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곳이다.
문제는 나머지 구역들이다. 해제가 확정된 곳을 뺀 227개 구역 중 125곳에는 추진위(46곳)와 조합(79곳) 등 추진 주체가 설립돼 있다. 이 중 30개 조합은 이미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아 정비계획이 확정된 곳이다.
앞으로 사업을 청산하려는 구역에서는 구조조정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그간 조합이 건설사 등에서 빌려쓴 사용 비용 처리 문제다. 통상 추진위 단계에서 지출된 사업비는 약 5억원, 조합 단계는 5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추진위가 해산하면 비용의 70%까지 나랏돈이 지원되지만 조합의 경우 법적 근거만 있을 뿐 시와 정부 모두 예산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조합이 해산하는 곳에서는 이미 써버린 사업비 상환 책임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비용 부담으로 해산하지 않는 조합은 수익성 없는 사업을 계속 끌고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을 수 있게 지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9개 조합의 실태조사가 마무리되면 최대 3000여억원 가량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원 시 주거재생과 과장은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는 곳을 제외하더라도 매몰비용이 2000억~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당장 시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조합 매몰비용 지원과 더불어 추진위·조합 해산 신청 기한을 2015년 1월 말까지 1년 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태조사가 끝난 구역 주민들에게 사업 추진 의사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한편, 매몰비용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복안이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실태조사와 해산 신청 기한이 겹치다 보니 주민 의사를 물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출구를 1년 더 열어두고 조합의 사용비용 지원 방안을 정부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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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