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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관리 3년 이젠 확 바꾸자 (上)
조합 통장 바닥나 급여도 못 줘 ‘발동동’… 정비사업 초토화
하우징헤럴드 2013.07.25
공공관리가 업계 자금 숨통 졸라매 재개발·재건축 ‘돈맥경화’ 심화
사업 의욕 떨어져 조합원 발길 ‘뚝’… 조합·추진위도 잇따라 폐쇄
서울시 공공관리제도 시행 3년 만에 재건축·재개발 업계는 초토화됐다. 조합·추진위·시공자·협력업체 등 정비업계 전체가 빈사 상태다. 공공관리제도는 첫 시행부터 업계의 자금 숨통을 제대로 움켜쥐었다.
시공자를 조합·추진위와 가급적 멀리 떨어뜨려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공공관리제도의 효과는 탁월했다. ‘돈맥경화’가 시작되자, 거의 모든 사업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조합·추진위·시공자·협력업체 모두는 고통 속에 빠진 상태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현행 공공관리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관리제도인지 되묻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관련 업계 중 유일하게 발전한 곳은 인원과 예산이 늘어난 서울시 공공관리 부서라는 슬픈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하우징헤럴드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공공관리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공공관리제도로 인한 업계 전체의 처참한 실태와 대안을 보도할 예정이다.
조합과 추진위원회가 무너지고 있다. 공공관리제도 시행으로 돈줄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조합과 추진위의 통장 잔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급여 지급이 중단된 조합장과 추진위원장 자리는 사실상 급여 없이 일해야 하는 무료 봉사직으로 전락했다.
아직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한 사업장들은 자금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와 의욕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서울 강남 한복판 서초구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 손근수 조합장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원들은 오래 전에 그만뒀다.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무지개아파트 조합의 통장 잔고 역시 오래 전에 바닥났다.
2006년에 정비업체를 선정하면서 받은 운영자금이 있었지만 이미 사업비용으로 없어진 지 오래다. 손 조합장 자신도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조합 사무실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 한켠을 조합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니 임대료 낼 필요가 없어서다. 아파트단지 외부 건물에 조합 사무실을 뒀다면 임대료 미지급으로 쫓겨났을 것이다. 전기요금마저도 걱정해야 할 밑바닥 상황이다. 손 조합장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들었다는 기막힌 얘기도 들려줬다.
“최근 인근 지역의 한 조합장이 조합 사무실로 쓰고 있는 건물 임대료를 못내 쫓겨났다”며 “그래도 사업은 추진해야겠기에 조합 전화를 조합장 자신의 휴대전화에 착신 연결해 놓은 후 자신의 집에서 조합 업무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정비업체 등 협력사 중 임대료를 지원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료 지원이 끊어지면 곧바로 조합·추진위 사무실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융자도 신청 요건이 까다로워 조합과 추진위가 가급적 융자 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특히 조합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난 후 대개 별도의 사무실을 만들어 단지 외부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합의 실태가 이러니 사업이 진행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자금이 끊기고, 직원들이 떠나고, 협력업체에게 용역비를 못 주니 설계 등 결과물도 나오지 않는다.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인허가 진행이 안 되고, 인허가에서 막히니 조합원들의 관심도 떠난다. 조합원 관심이 줄어드니 동의율도 그 자리를 맴도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현행 공공관리제도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이런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악순환 고리의 첫 번째 단추인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융자 예산이 바닥나 더 이상 융자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조합·추진위는 분노하고 있다.
손근수 조합장은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하면서 시공사 자금줄 끊어놓고 서울시가 자신들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예산 없다고 융자를 못해주겠다고 하는 엉터리 제도”라며 “서울시가 이런 엉터리 제도를 시행하면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공공관리제도가 현재의 제도로 계속 운영되는 한 조합과 추진위는 자금 부족에 허덕여 직원들이 조합을 떠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며 “공공관리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전면적으로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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