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 공인중개사/회원 자유게시판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비'…"살곳 없어 겉도는 대학생"

서광 공인중개사 2015. 1. 10. 11:09

naver "북아현뉴타운을 만드는 사람들" 클릭 ◈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비'…"살곳 없어 겉도는 대학생"




[전·월세난속 대학가 풍경은…]<1>지난해 서울 소재 38개 대학교 기숙사비 조사해보니

본문이미지

/그래픽=최헌정


#지난 5일 연세대 총학생회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는 "연세대 기숙사 '우정원' 기숙사비가 주변 원룸시세보다 비싸다"며 기숙사비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100억원 상당의 건축비를 투입해 기증한 우정원의 올 1학기 기숙사비가 월 70만4200원(2인실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정문 주변 비슷한 면적의 원룸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55만원이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가는 지금 '방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고시원보다 조금 넓은 원룸마저 월세 40만원을 훌쩍 넘긴 곳이 태반인 데다 비교적 저렴한 줄 알았던 대학교 기숙사조차 주변 원룸보다 더 비싸기도 해 빈축을 산다.

특히 최근 급증한 민자기숙사의 경우 직영보다 더 비싼 기숙사비를 책정, 주거약자로 분류되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일부 대학가 주변에선 임대소득을 늘리기 위한 불법건축물이 횡행해 대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 월 평균 기숙사비 '35만7000원'…민자 기숙사는 더 비싸
10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교 38곳(한국체대 등 기숙사 없는 대학교 4곳 제외)의 기숙사비(1인실)는 평균 35만7000원으로 파악됐다. 여럿이 함께 써야 하는 기숙사비(1인당)는 △2인실 22만1000원 △3인실 18만1000원 △4인실 이상 16만7000원이었다.

1인실의 경우 연세대가 62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건국대·가톨릭 제3캠퍼스(55만6000원) △숭실대(50만9000원) △고려대(50만2000원) △이화여대(43만1000원) 등 순이다. 국·공립대학인 서울대(7만4000원)와 서울시립대(20만원)보다 2∼8배 이상 비싼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연세·고려·건국·경희·숭실대 등 민자기숙사를 운영하는 대학이 고액 기숙사비 상위대학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민자기숙사는 정부가 부족한 기숙사 확충을 위해 2005년 도입한 제도로 민간사업자가 건물을 지은 후 일정기간 동안 운영하며 얻는 임대료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간자본으로도 학교건물 신축이 가능해져 기숙사 물량은 늘었지만 기숙사비 책정에 대한 근거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기숙사비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공익적 성격이 강한 기숙사가 연 7∼8%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어 결국 대학생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며 "기숙사비 사용처가 의심돼 대학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주변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비…대학가 주변 불법건축물도 기승
게다가 민간기업이 기부한 연세대 기숙사뿐만 아니라 일부 대학교 기숙사비는 주변 원룸 월세를 웃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건국대가 위치한 광진구 화양동 소재 전용 20㎡ 다세대주택이 지난해 말 보증금 1000만∼2000만원, 월세 40만∼5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숭실대가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 인근 전용 21㎡ 다세대주택은 지난해 11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3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려대 인근 전용 30㎡ 다세대주택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에 월세 계약이 체결된다.

대학가 주변 고시원이나 다가구주택을 원룸처럼 개조해 불법으로 용도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세들어 사는 애꿎은 대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 개월 전 불법개조 원룸이 밀집한 한 대학가 인근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구청에서 불법 원룸 단속을 예고하자 각 방에 설치된 싱크대와 가스·전기레인지 등 불법시설을 부랴부랴 철거하느라 대학생 수백 명이 거리로 나 앉게 된 것이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불법건축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로서는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고 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온전히 세입자 부담"이라며 "10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다니면서도 매달 수십 만원의 주거비를 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