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서울대 뉴타운 출구전략 1년]<3>학계 반응]
"개발되면 좋지. 깨끗해지니까. 지금 여기는 10여년 전보다 더 지저분해졌어."
서울 강동구 천호뉴타운4구역 내 천호동 한 길가에서 40년간 야채를 팔고 있는 김모 할머니(71)의 말이다. 김 할머니는 여기서 임대료로 땅주인에게 월 18만원을 내고 있다.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할머니는 이곳에서 더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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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월3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머니투데이 DB |
뉴타운 출구전략 시행 1년.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케 하고 있다. 분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주민 과반수가 사업추진을 반대하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 구역 해제에 나서겠다는 게 서울시 출구전략의 골자다.
학계에선 뉴타운 출구전략과 관련,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출구전략의 성과 중 하나는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와 권순욱 성균관대 교수 역시 "주민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며 정책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광역적으로 재개발을 하지 않으면 지역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수복형 재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지속적인 진행이 어렵고 큰 성과를 내기도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 또 재개발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욱 교수도 "주민 의견만 듣다보면 공공사업이 뜻하지 않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며 "도시 발전 차원에서 타당성 재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주민을 재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은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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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인 서울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조합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 폐기를 주장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동훈 기자 |
뉴타운 대안으로 가로환경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거주자가 집주인인지, 세입자인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의견청취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상황에 맞지 않는 개발이 이뤄지는 등 공공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창무 교수는 "재개발 조합원은 집주인이지 세입자가 아니다"라며 "현재 뉴타운 실거주자의 72%에 달하는 세입자들을 감안한다면 공원, 주차장이 아니라 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공동작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의 경우 재개발 추진시 지역경제사회 개발을 위해 주민이 보유한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조사했다"면서 "일자리를 마련해 소득이 높아지면 그 지역은 공공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지역주민들 스스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욱 교수도 세입자와 집주인 양쪽의 의견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뉴타운 개발과 관련된 비전을 조사·분석하고 공청회를 열어 합리적인 재개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